부동산 불패…10년 전 떠올리니 악!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들어맞는 것 같다.
1997년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시작된 시장침체를 딛고 부동산 시장의 본격적인 반등이 시작됐던 2002년. 저금리와 맞물려 갈 곳 잃은 시중 자금은 대한민국 부동산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강남을 비롯해 전국의 부동산으로 쏠리며 시장을 달궜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2년 10월.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며 장기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10년 전과는 마치 등을 돌리고 있는 듯 180도 다른 모습이다.
10년 세월이 바꿔 놓은 부동산 시장의 활황과 불황, 그 달라진 두 얼굴을 살펴봤다.
◆ ‘떴다방’의 추억
부동산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던 2000년대 초·중반, 이동식 중개업소를 뜻하는 ‘떴다방’이 있었다.
- ▲ 충남 한 모델하우스 앞 떴다방 모습
지금은 흔치 않지만,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서는 곳이면 전국 어느 곳이든 등장해 간이 파라솔을 치고 청약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전단지와 명함을 건네며 웃돈(프리미엄)을 얹어 분양권 전매를 알선하던 중개 점조직이다.
당시 떴다방은 대부분 정식 중개 면허도 없이 프리미엄을 얹은 단타 매매를 부추겨 투기의 온상이자 주범으로 낙인 찍혔다. 하지만 속칭 ‘된다’는 곳일수록 떴다방은 많아지는 비례관계가 성립해, 건설사들이나 분양업체들로선 내심 반가웠던 존재 역시 떴다방이었다. 당시 떴다방은 분양성을 짐작해볼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한 셈이다.
분양시장에서 프리미엄이 사라진 요즘, 달라진 시장과 함께 자취를 감추며 이제는 이름조차 낯설어진 떴다방에서 부동산 불황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 “팔아주세요” vs “팔아주세요”
그때나 지금이나 부동산 시장에서 ‘제발 좀 팔아달라’는 애원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달라진 것이라면 ‘누가’ 팔아달라고 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뜀박질을 하던 2002년엔 아파트 청약 당첨자들이라면 중개업자들의 전화 민원에 심심찮게 시달려야 했다. 프리미엄을 얹어 살 사람이 있으니 팔아달라는 중개업자들의 매도 요청이 쇄도한 것이다.
- ▲ 한 부동산 앞 모습. 매물 전단지가 잔뜩 붙어 있다
목 좋은 곳의, 대형 건설사 브랜드를 단 아파트 분양권은 중개업자들이 먼저 ‘찜’을 하기 위해 당첨자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10년이 흐르면서 이런 모습은 잊혀진 지 오래다.
이제 중개업소엔 “어서 내 집 좀 팔아달라”는 집주인들, 특히 은행 빚으로 집을 사서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힘들어 내놓는 이른바 ‘하우스푸어’들의 매도 요청만 수북이 쌓이고 있다.
◆ 큰 집 vs 작은 집
달라진 시장의 모습은 주택 선호에서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2000년대 초·중반 집값 상승을 주도한 것은 전용 85㎡가 넘는 중대형 아파트였다.
중소형 아파트에 비해 면적 당 분양가도 훨씬 비싸게 공급됐지만 중대형 주택의 프리미엄 상승세는 중소형의 그것을 훨씬 웃돌았다. 기존 아파트 역시 중대형의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월등했다. 사는 사람도, 건설사도 모두 중대형 아파트에 열광했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중대형에 붙은 거품이 빠지고 불황을 맞아 주택 구매 패턴이 실속형으로 바뀌면서, 시장의 선호는 중대형에서 중소형으로 옮겨갔다.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중소형은 되고, 중대형은 곧 미분양’이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로 분양 성패의 희비가 엇갈린다.
◆ 천당과 지옥을 오간 재건축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라면 10년전 천국을 맛 봤을지 모른다.
기존 시세에 개발 후 미래가치까지 덧붙여져, 자고 나면 수천만원이 오르고 1~2년만에 집값이 두배로 뛰는 것이 예사였다. 당시 재건축 단지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였다.
- ▲ 재건축 단지의 상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모습
실제로 재건축 단지의 상징으로 꼽힌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2000년초 2억1000만원 수준이던 101㎡의 시세는 불과 2년만인 2002년에는 2배 수준인 4억원대로 올라섰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건축만큼 찬밥 신세인 부동산도 없다. 실수요자보다는 투자자들이 선택하는 물건의 특수성 탓에 주택경기가 하락중인 상황에서는 거들떠 보는 투자수요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때 12억원을 찍었던 은마아파트도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 2008년말보다도 낮은 8억원까지 시세가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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