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고향 청정골 화순

할미꽃축제 (광남일보 2009.03.20)

할미꽃, 장흥서 축제로 만난다

2009-03-20 01:57
'정남진' 장흥 회진 한재공원…3만평 할미꽃 군락지
28~31일 '할미꽃 축제', 이청준ㆍ한승원 생가도 볼거리


흰 털을 잔뜩 달고 있는 꽃대와 잎,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인 채 짙은 자주색으로 피어난 할미꽃.

한반도의 남쪽 바닷가 '정남진' 장흥. 봄을 맞은 장흥은 온통 연두빛이다.
보이는 곳마다 보리가 파릇파릇 자라고 있다.
푸르른 대지가 부르는 봄노래에 싱그러운 꽃 향기가 물씬 배어난다. 장흥 땅에는 지금 할미꽃과 동백꽃, 매화가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다. 장흥의 '3색 봄꽃'이다.
 
3만평에 이르는 전국 최대 규모의 할미꽃 군락지, 한재공원.

장흥에서도 남쪽 끝자락인 회진항.
청정바다인 득량만이 내려다보이는 '한재공원'에서 맞는 남도의 봄은 조금 색다르다.
바닷가 언덕을 따라 자수정처럼 반짝이는 꽃물결이 장관을 이루고 있으니, 바로 전국 최대 규모의 할미꽃 군락지가 바로 이 곳이다. 흰 털을 잔뜩 달고 있는 꽃대와 잎,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인 채 짙은 자주색으로 피어난 할미꽃들이 어떤 다른 꽃들보다 먼저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
 
할미꽃이 '봄의 전령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을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할미꽃은 그야말로 우리의 토종 봄꽃이다. 지금은 이런 군락지 아니면 찾아보기 어렵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할미꽃은 시골의 야산은 물론 논둑길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흔하디흔한 꽃이었다.
 
이름과 달리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할미꽃의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할미꽃이란 이름은 할머니처럼 구부러져 있는 꽃대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얘기도 있다. 4∼5월께 꽃잎이 떨어지고 나면 그 자리에 암술날개가 하얗게 부풀어져 영락없이 백발노인이 머리칼을 풀어헤친 모양이 되는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자로는 할미꽃을 '백두옹(白頭翁)'이라고 쓴다.
 
할미꽃은 또한 그 자태처럼 애잔하기 짝이 없는 슬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어렵게 키워 시집보낸 큰 손녀에게 온갖 박대를 받고, 멀리 시집간 작은 손녀를 찾아가다 허기와 추위에 지쳐 죽은 할머니'의 애달픈 얘기가 그 것이다. 할미꽃의 꽃말 역시 '슬픔, 추억'이다.
 
슬픔, 추억이 꽃말인 할미꽃. 애잔하기 짝이 없는 슬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할미꽃은 실상 매우 아름다운 꽃이다. 작은 키에 꽃대마저 구부러져 있어 얼른 보기에 초라한 들꽃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딴판이다.
할미꽃의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을 누군가는 '짙은 자주색 꽃은 이른 아침 혹은 오후의 비스듬한 햇살을 받아 투명한 자수정처럼 반짝거리고, 보송보송 어린아이 솜털 같은 꽃잎 주변의 잔털은 민들레 홀씨같이 가볍고 보드랍다'고 표현했으니….
 
'슬픈 사연' 간직한 자수정처럼 아름다운 토종 봄꽃

우리의 토종 봄 꽃인 할미꽃.

한재공원 양지바른 능선을 따라 10만㎡(3만평)에 걸쳐 거대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는 할미꽃은 보통 3월 초순부터 꽃대가 일어서기 시작하고, 3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으로 꽃봉오리가 봉긋 봉긋 올라온다. 그리고 3월 하순부터 4월 중순까지는 지천으로 피어나 가히 장관을 이룬다.
 
작은 오솔길 같은 탐방로를 따라 한재공원을 오르다 보면, 자줏빛 꽃과 짙푸른 잎을 하얀 솜털로 가리고 고개를 숙인 채 양지바른 곳에 모여 핀 할미꽃들이 눈에 띈다. 예년보다 일찍 온 봄을 타고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린 할미꽃 군락, 수줍은 듯 숨어있는 모습이 더욱 예쁘다.
 
공원을 올라갈수록 발아래를 살피면서 몸을 낮춰야 한다. 화려하지도 않는데다 키가 작아 할미꽃을 쉽게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풀숲 사이로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송이를 보려면 눈을 크게 떠야 한다.

30분정도면 오를 수 있는 작은 동산으로 꾸며진 한재공원이지만 할미꽃 구경에 빠지다보면 1시간도 부족하다.
 
풀숲 사이로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송이를 보려면 눈을 크게 떠야 한다.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이 곳 한재공원에서는 '2009년 할미꽃 봄나들이 축제'가 열린다.

축제기간중 야생화 전시, 할미꽃 생태관찰, 특산품 먹거리 만들기, 무공해 봄나물 판매 등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돼 있다. 또 관광객들이 직접 즐길 수 있도록 천연염색, 연날리기, 투호놀이, 탁본체험, 농촌 전통 테마마을 체험행사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이와 함께 득량만에서 직접 잡아올린 싱싱한 낙지와 감성돔, 농어, 키조개, 바지락 등 청정 해산물도 함께 맛볼 수 있는 향토음식점도 운영될 예정이다.
 
한재공원에 지천으로 피어난 할미꽃, 그 처연한 아름다움이라니...

한재공원이 있는 회진면에는 또 다른 색다른 볼거리가 있다.

'못생긴 호박축제'로 유명한 생태체험마을 진목리에 2007년 타계한 소설가 이청준의 생가가 있다.
이청준은 에세이집 '옥색 바다 이불 삼아 진달래꽃 베고 누워'에서 한재공원 할미꽃군락지를 처음 본 순간을 이렇게 적었다.

"달아나듯이 떠나온 고향에 대한 아픈 기억이 많이 남아 있지요… 고향에 가보니 수만 포기 자줏빛 할미꽃 군락이 한재고개를 뒤덮고 있더군요. 우리는 한동안 넋을 잃었는데 그 느낌을 뭐라고 해야 할지."

그리고 그는 고향의 할미꽃 전설 등을 담아 지난 97년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라는 동화를 발표했다.
 
회진면 신상리에는 또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 주옥같은 작품을 쓴 소설가 한승원의 생가가 있어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함께 둘러볼 만하다.

동백생태숲ㆍ청매원 매화 등 '3색 봄꽃'도 볼만

푸르디 푸른 보리밭, 장흥은 지금 온통 연둣빛이다. 멀리 사자산이 보인다.

붉게 만개한 동백꽃.

장흥의 봄은 할미꽃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려 20㏊(6만여평)에 이르는 동백 군락지로 유명한 관산읍 부평리 '동백생태숲'과 매화꽃의 생명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안양면 운흥리 '청매원'이 바로 한재공원 할미꽃 군락지와 함께 장흥의 '3색 봄꽃'을 이루고 있다.
 
특히 천관산 '동백생태숲'은 1만여 그루의 동백나무와 후박 참식나무 등 난대식물이 드넓은 계곡을 가득 채우고 있어 말그대로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규모는 작으나 250~300년 된 동백나무 100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는 용산면 묵촌리 동백림에서도 낙화가 더욱 아름다운 빨간 동백꽃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다.

매실로 유명한 4만여평 규모의 청매원에도 마침 4500여 그루의 매화나무가 일제히 만개, 화사한 봄빛을 더하고 있다.
장흥군청 문화관광과(061-860-0224)로 문의하면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가는 길: 장흥읍에서 안양 방면으로 23번 국도-관산에서 77번 국도-대덕-회진항-한재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