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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치

교수들 “민주주의 지켜야” 시국선언 (한겨레 2009.06.03)

교수들 “민주주의 지켜야” 시국선언

서울대 124명 “현 정부 언론·사법 독립 훼손”


중앙대 68명, 대통령 사과·내각 총사퇴 요구

한겨레
»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정부 사과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김인걸 서울대 교수(국사학·위 사진 서있는 사람)가 3일 서울 신림동 서울대 신양인문학술정보관에서 교수 124명이 서명한 시국선언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대 교수 68명을 대표해 김누리 교수(독문학·아래 사진 가운데)가 이날 서울 흑석동 중앙대 대학원 앞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하니뉴스 ] “민주주의 후퇴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인 학내 기류다”

서울대 교수 124명은 3일,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정부의 사죄와 집회·결사 및 언론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중앙대 교수 68명도 이날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근본적인 국정쇄신 등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으며, 연세대와 성균관대, 동국대 등의 교수들도 잇달아 시국선언을 낼 것으로 알려져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서울대의 최갑수(서양사학), 이준호(생명과학부) 교수 등은 이날 오전 서울대 신양인문학술정보관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두 124명의 교수가 서명한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국민적 화합을 위해 민주주의의 큰 틀을 지켜나가야 한다’라는 제목의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지난 수십년간 온갖 희생을 치러가며 이루어낸 민주주의가 어려움에 빠진 현 시국에 대해 깊이 염려한다”며, 현 정부 출범 이후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이 훼손되고, 사법부의 권위와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상처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검찰의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이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의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며 “엄정한 공직자 비리 수사라고 하기에 곤란하며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교수들은 △이 대통령이 국민 각계각층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정치를 선언할 것 △표현의 자유 등 민주사회의 기본권을 보장할 것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사죄할 것 등을 요구했다. 서울대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한 것은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했을 때 이후 5년 만이다.

중앙대의 강내희(영문학), 김누리(독문학) 교수 등 68명은 이날 오후 발표한 ‘다시 민주주의의 죽음을 우려한다’라는 제목의 시국선언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이 나라 민주주의의 죽음, 자유와 인권의 죽음, 권력자와 가진 자들에 의해 능멸당한 약자들의 죽음”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 대통령의 사과와 함께 △내각 총사퇴 △신영철 대법관 사퇴 △엠비(MB) 악법 강행처리 중단 △집회·결사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했다.

한편, 연세대 교수 100여명도 이르면 8일께 시국선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성균관대, 성공회대, 동국대 교수들도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