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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치/법

지금 검사들은 `경제공부 삼매경`(머니투데이 2009.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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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나 애널리스트보다 주가 흐름에 더 민감한 사람이 있다면 누굴까. 주가조작 등 증권·금융범죄에 눈을 치켜뜬 검사들이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사기범죄를 잡아내려면 사기수법을 사기꾼 이상으로 알아야 하는 법. 날로 진화하는 각종 경제범죄를 다루기 위해서는 검사들의 경제실력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공부하는 검사들이 늘고 있는 이유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봉욱) 검사 등이 주축이 된 '금융증권범죄연구회(연구회)'는 검찰 내 대표적인 경제관련 '스터디 그룹'이다. 참여 검사(2009년 1월 기준)만 201명으로 검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커뮤니티 중 하나.

2005년 3월 검사 59명과 일반직원 11명으로 창립한 연구회는 봉욱 금융조사1부장이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회장(6대)을 맡고 있다. 초대 국민수 부장(현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 앞선 5명의 연구회장 모두 금융조사부장 출신이다.

3년여 짧은 기간 동안 연구회 참여 검사들은 증권범죄 수사의 '브레인'으로 통하게 됐다. 비결? 이들에게도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열심히,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매달 첫째 주 금요일과 셋째 주 월요일은 고생을 각오하고 참석해야 한다.

오후 7시30분에 시작하는 금요일 모임은 외부강사의 강의로 이뤄진다. 지난해는 금융감독원 박광철 부원장보가 '우리나라 금융증권시장의 동향과 문제점, 발전방향'을 주제로 강의했다.

서울대 박준 교수는 '국제금융과 법'이라는 주제로, SK경영경제연구소 왕윤종 박사는 '국제금융위기와 기업 인수합병(M&A)을 놓고 검사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들 외에도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태평양 등 로펌 소속 변호사들도 강사로 참여하는 등 연구회에 참여한 검사들은 학계와 관련 업계의 내로라하는 경제전문가들과 귀중한 시간을 계속하고 있다.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회원들에 대한 서비스로 초청 강연은 동영상으로 제작돼 커뮤니티의 동영상 강의 게시판에 올려진다.

강연 참석자뿐 아니라 동영상 강의를 본 사람들은 리포트를 제출해야 하며 스터디 모임인 월요일의 조찬 회의에서는 강연 내용을 중심으로 검사들 간 의견교환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최근에는 전통적 호가방식을 벗어나 이른바 이영애주, 재벌 2·3세주 등 테마주를 만들어 주가를 부풀린 뒤 '먹튀'를 하는 불공정거래에 대한 연구가 심도 있게 이뤄졌다.

차익계좌와 시세조종계좌를 분리해 법망을 피하는 지능화된 범죄수법에 대한 연구도 이뤄져 금융조사1부에서 수사했던 각종 주가조작범죄 수사에 적극 반영되는 등 공부한 만큼의 성과도 올렸다.

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봉욱 금융조사1부장은 "경제범죄의 경우 '범죄의 글로벌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만큼 검사들도 공부하지 않으면 제대로 대응할 수 없게 됐다"며 "연구회가 새로운 경제현상을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폭·등락하는 테마주에 대한 수사를 하다 보면 상당부분 불법과 부정이 개입돼 있는 것으로 밝혀지곤 한다"며 "과욕 보다는 건전한 상식을 통한 투자 마인드가 중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