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 치/법

`평검사 강등` 前 검사장 작심한 듯 조직 비판 (뉴시스 2010.02.12)

'평검사 강등' 前 검사장 작심한 듯 조직 비판

피의자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이유로 검사장급에서 평검사로 강등된 광주고검 권태호 검사(사시 19회)가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패소한 뒤 작심한 듯 조직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권 검사는 11일 검찰 내부게시판에 '검사도 울며 겨자를 먹는다'와 '인사발령 취소 재판을 마치며'라는 제목의 2개의 글을 올렸다. 권 검사는 이 글을 통해 강등 인사에 불복, 인사권자인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3년 가까이 소송을 진행해온데 대한 불편한 소회와 함께 조직 내 불합리한 인사 문제를 강도높은 어조로 비판했다.

권 검사는 "소송을 제기한 것은 강등 인사를 당하고 보니 너무 억울하고 충격적이었을 뿐 아니라 악의적인 의도와 감정이 개입된 음해성 주장으로 인사권이 잘못 행사돼 검찰 위상에 저해되는 사례가 반복되는 것을 막고, 동료 후배들에게 과오가 재발되지 않길 바라는 심정에서였다"며 "하지만 검사로 상당한 직위에까지 오른 나같은 사람도 억울함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는데 얼마나 많은 국민이 울며 겨자를 먹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들의 심정을 생각하니 지나온 날이 부끄럽고 법을 배웠다는 것이 죄인이 된 듯하다"고도 밝혔다.

이어 권 검사는 "사람에 대한 사랑과 인간적 고민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기와 자기 집단만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독선적인 법의 잣대로 재단된 잘못된 결정이 얼마나 많은 억울함을 낳고 스스로 법의 권위를 실추시키는가 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지난날 저의 과오로 그러한 사례가 없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만약에 그런 사례가 있었다면 이 글을 빌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검찰 인사 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표출했다. 그는 "선진 법치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법률을 주도적으로 다루는 법무부와 대법원에서 검사와 판사의 직급을 폐지했다면서도 실제는 검사장 승진제도가 전과 같이 운영되고 그 제도의 폐지가 사법개혁 의제의 하나로 주창되는 아이러니 속에서 강등 인사가 해당 절차를 결여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강조했다.

특히 "재판이 진행 중에도 법무부와 검찰이 보관하고 있는 관련 기록이나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소송이 예상외로 길어지고 사직을 하면 소송 성립이 되지 않아 사직할 수도 없어 오늘에 이르렀다"며 "무모해 보이는 듯한 일을 진행했던 것은 아마도 '어리석은 사람의 우직함 때문에 세상이 조금씩 나은 것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과 성격 때문이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권 검사는 "소송에서는 비록 졌지만 법을 잘 모르거나 법을 알면서도 법의 잘못된 잣대로 억울함을 당하는 서민들과 같은 눈높이로, 그들과 같은 가슴으로 그들의 입장에서 진실을 제대로 살피고 그들의 소리를 놓치지 않도록 더욱 더 노력하고자 한다"며 "저보다 훌륭하고 깨끗하신 분들이 지휘부를 많이 맡았음에도 여전히 국민들께 신뢰받지 못하는 법조계가 제자리를 찾는 날을 고대하며 글을 마친다"고 법무 조직에 따가운 일침을 가했다.

권 검사는 2007년 3월 '법조브로커' 김모씨로부터 김흥주 삼주산업(옛 그레이스 백화점) 회장의 금품수수 혐의 사건을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검찰 직원에게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이유로 검사장급(법무연수원 기획부장)에서 평검사(서울고검 검사)로 강등되자 소송을 냈었다.

그러나 1, 2심 재판부는 권 검사 구명 로비를 인정, 인사권자인 법무부장관이 권 검사의 검사장급 보직자로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했고, 대법원은 11일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