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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청정골 화순

중공업·IT 접목 `나로호 발사대`… 러시아도 놀라다 (조선닷컴 2010.06.03 02:56)

[뉴 테크놀로지] 중공업·IT 접목 '나로호 발사대'… 러시아도 놀라다

'나로호 발사' 6일 앞으로… 한국 '우주기술 성과' 어떤 게 있나
발사대 세우는 설비 '이렉터'… 造船 '용접' 활용해 비용 절감
연료에 반도체 청정 기술도… 러, 발사대에 현대重 참여 검토

나로호(KSLV-1) 발사가 6일 앞으로 다가왔다. 3일에는 나로호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종합 점검에 들어간다. 4일에는 우리 기술진이 나로호를 발사대로 옮길 준비를 마치고, 7일 나로우주센터에 현장상황실을 연다.

나로호는 그동안 1단 로켓을 비롯한 핵심 기술이
러시아산(産)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기술진이 나로호 발사 준비 과정에서 거둔 기술적인 성취도 적지 않다.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오른 조선·반도체 분야 기술을 접목해, 러시아 기술진들이 오히려 놀랄 정도의 성과를 낸 것이다.

◆중공업과 IT 기술이 한 몫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성취를 이룬 기술은 발사대를 건조하는 공정 기술이다. 민경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장은 "발사대 시스템 설계도는 러시아에서 제공받았지만 실제 건조 작업에는 러시아 기술진을 설득해 우리 기술을 많이 접목시켰다"고 말했다.

이렉터(발사대를 수직으로 세우는 장비)에 의해 기립 중인 나로호(왼쪽)와 수직으로 완전히 세워진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오른쪽)의 모습. 러시아는 철골 구조들을 볼트를 이용해 연결하는 방법으로 이렉터를 제작했지만, 우리는 모두 용접 기술로 처리해 변형이 일어날 위험도 줄이면서 더 가볍게 만들 수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가 조선 분야에서 확보한 기술력이 큰 도움이 됐다. 예를 들어 발사체를 수직으로 세우는 설비인 '이렉터(erector)' 제작에는 조선 산업에서 쌓은 용접 기술을 활용했다. 민 센터장에 따르면 사다리처럼 생긴 이렉터의 양끝에는 30m 크기의 대형 철골 구조물 2개가 있으며 그 사이에는 이를 이어주는 다양한 연결 구조물이 있다. 러시아는 이 구조물들을 수많은 볼트로 조합해 이렉터를 만든다.

그러나 우리 기술진은 다양한 구조물들을 한 번에 용접해 이렉터를 만들었다. 수많은 철판을 한 번에 이어붙여 대형 선박을 금세 만들어내는 우리의 조선 기술이 활용된 것이다. 그 결과, 이렉터는 가벼워졌고, 변형이 일어날 우려도 줄었다. 제작 일정과 예산도 각각 30% 정도 절감됐다.

한국이 자랑하는 반도체 공정 기술도 이번 발사대 건설에 한몫했다. 로켓 추진제(연료인 케로신과 산화제인 액체산소)나 로켓 밸브를 여닫는 데 사용되는 고압의 헬륨가스는 폭발성이 매우 강하다. 만약 이들 중 어느 곳에라도 불순물이 들어가면 폭발 위험이 크다. 따라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청정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상업용 로켓으로 유명한 프랑스 아리안 로켓의 발사가 최근 수차례 연기됐던 것도 고압가스에 포함된 불순물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는 이 문제를 쉽게 극복했다.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며 작은 불순물도 허용하지 않는 청정 기술을 꾸준히 축적했기 때문이다. 우리 기술진은 추진제와 고압가스를 주입하는 과정부터, 수분 함량과 불순물 크기 및 함량 등을 측정하는 마지막 과정까지 모두 순수 국산 기술로 해결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연관 기관도 품질관리 분야에 협력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핵심은 국산화

우리 기술진은 발사체 관련 부품 국산화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이뤄냈다. 우리 기술진이 처음 받아본 발사체 관련 수만 장의 설계도에는 50년 전 설계된 부품들이 허다했다. 우주기술 분야에서는 신뢰성과 안전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때문에 장기간 사용한 부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 설계도대로 만들려면 우리는 각종 부품을 모두 러시아에 주문해야 했다. 대부분의 부품들은 가격이 너무 비쌌고 제작에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것들이었다.

연구진은 이런 난관의 해결책으로 '국산화'를 제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렉터 아랫부분에 들어가는 베어링(회전하는 기계의 축을 고정하는 부품)이다. 우리 기술진은 러시아를 설득해 베어링을 자체 생산·조달했고, 이 베어링은 1차 발사에서 아무 문제 없이 작동했다. 이를 인정한 러시아 연구진은 오히려 자신들의 발사대에 이 베어링을 사용하겠다며 우리측에 생산처를 문의하기도 했다.

발사 관제 제어 프로그램 역시 국내 기술진이 개발했다. 발사 관제 제어 프로그램은 발사의 전 과정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각국마다 개발에 수년씩 걸리는 게 보통이다. 러시아도 한국이 자체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우리 IT 개발 인력들은 평범한 소프트웨어만으로 1년 반 만에 독자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이런 성과들은 오히려 러시아에 우리 기술을 수출하는 '우주기술 역수출'의 기회를 열고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는 최근 자국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새 발사대 시스템 건설에 나로우주센터 발사대를 건설한 현대중공업을 참여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은 "러시아가 의회 비준 지연 등을 이유로 우리에게 발사대 시스템에 대한 설계도를 늦게 줬지만, 우리는 자체 기술을 활용해 일정에 맞춰 발사대 시스템을 완공했다"면서 "앞으로도 우리가 확보한 첨단 기술을 잘 활용하면 우주 기술 분야에서 충분한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