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학기술/천문학

흑점 극소기인데 갑자기 강력한 폭발…앗! 태양이 이상해(경향신문 2020.06.07 21:03)

폭발 때 전자·양성자 쏟아져 교신 방해·인공위성 손상
흑점 실종 의아했는데…“더 많이 생기는 시작일 가능성”

 

지난 5월29일 관측용 인공위성이 촬영한 태양의 모습. 2017년 10월 이후 최대 규모의 태양 표면 폭발이 일어났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미국 할리우드 배우 니컬러스 케이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2009년 개봉작 <노잉(Knowing)>은 독특한 줄거리를 담고 있다. 영화 초반,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가 빼곡히 적힌 한 장의 문서가 50년 전 한 초등학교에 묻혔다 개봉된 타임캡슐에서 발견된다. 우연히 이 문서를 손에 넣은 주인공은 암호 같은 숫자의 실체에 호기심을 느낀다. 과학자라는 자신의 직업적 감각을 이용해 분석을 해나가던 그는 숫자들이 대규모 참사가 일어난 지역의 좌표와 희생자 수를 예견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운명을 피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지만 결국 모두 최후를 맞는다. 일부 어린이들만 진보된 외계의 존재에 의해 지구를 탈출한다. 개봉 당시 줄거리의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미스터리와 공상과학(SF)의 만남을 시도했다는 시각도 있었다.

영화에서 지구를 파멸로 몰아넣은 실체는 태양의 이상 가열 현상이다. 과학계에선 태양이 50억년 뒤 몸집이 크게 부풀어 오르는 ‘적색 거성’ 단계로 진입해 수성과 금성, 지구 등을 집어삼킬 것으로 보지만 가까운 미래에 태양 열기가 갑자기 뜨거워져 지구에 레이저를 쏘는 일은 예상하고 있지 않다.

사실 태양 표면에선 폭발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물론 이 폭발이 지구를 갑자기 뜨겁게 달군다는 식의 상상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폭발은 흑점 주변에서 주로 일어나며 전자나 양성자 등을 우주 공간으로 방출한다.

최근 몇 년간 인류는 이런 태양 표면 폭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흑점 개수는 11년을 주기로 늘었다가 줄어드는데, 2014년 극대기에 이른 뒤 점차 내리막길을 걸어 2019년쯤부터 현재까지 극소기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흑점은 6000도인 태양 표면보다 2000도가 낮아 검게 보이는데 최근까지 망원경으로 보이는 태양은 티끌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잘 재배된 오렌지를 연상케 했다.

(왼쪽부터)2000년 7월19일, 2009년 3월18일 태양 흑점이 많을 때와 적을 때 비교 사진. 검은 점의 개수 차이가 현격히 나타난다. NASA 제공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지난달 29일 태양 표면에서 2017년 10월 이후 가장 강력한 폭발이 관측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폭발은 5단계로 구분되는 태양 표면 폭발 가운데 가장 센 X급 바로 아래인 M급에 해당했다.

사실 그동안 천문학계에선 거의 사라져버린 흑점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지난해 6월 NASA는 태양 활동이 200년 만에 가장 잠잠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과학계에선 흑점의 실종을 좀 더 심각하게 보는 흐름도 있었다. 추위와 연관 짓는 분석이다. 17세기 유럽은 지금보다 유독 더 추웠는데 당시 태양 흑점이 극단적으로 감소했다. 이 때문에 2015년 영국 연구진에선 십수년 뒤 지구에 추위가 닥칠 거라는 분석까지 내놨다.

하지만 지난달 태양 표면 폭발로 일단 흑점 개수는 바닥을 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NASA는 “태양 흑점이 더 많이 생기기 시작하는 조짐일 가능성이 있다”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평가했다. 다만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에 태양 흑점 개수가 앞으로 늘어날 것인지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NASA는 분석 기간을 6개월~1년으로 예상했다.

NASA의 분석은 이제 막 시작됐지만, 과학계에선 태양 흑점 개수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돌아섰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이번에 태양 표면 폭발을 유발한 흑점은 태양의 고위도에서 발견됐는데, 이는 흑점이 고위도에서 발생해 개수가 늘어날수록 저위도로 확산하는 태양 활동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것이다. 정상적인 형태로 태양이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인 만큼 이변이 없다면 흑점도 점차 늘어날 거라는 뜻이다.

문제는 흑점이 늘어난다면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흑점으로 인해 태양 표면 폭발이 생기면 지구의 통신과 전력 체계를 위협하는 전자와 양성자 등이 다량으로 우주에 쏟아진다. 마치 물을 흠뻑 끼얹은 바닥에 전기를 통하게 하는 것처럼 각종 전자장치들이 태양 폭발이 만드는 입자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이런 상황에선 단파통신에 장애가 일어난다. 실제로 2012년 3월 발생한 태양 폭발로 단파통신이 며칠간 원활하지 못했다. 군부대 등에선 교신을 하기가 어려워져 작전이나 훈련에 영향받을 수 있다. 극 지역을 비행하는 항공기 교신도 방해받게 되며, 승무원들의 방사선 피폭량이 늘 수도 있다. 지구 주변 인공위성 안의 전자장치와 태양전지판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 수명이 짧아지거나 임무 수행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김록순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은 “태양 표면 폭발과 같은 우주기상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최악의 경우 인공위성의 전원을 끌 수 있도록 정보를 전달하는 체계가 국내에도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지난달 29일 태양 표면 폭발을 유발한 흑점은 지구가 아닌 다른 먼 우주를 바라보는 방향에 있어 인류에게 피해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태양 표면 사방에 흑점이 생긴다면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과학계에선 전 지구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6072022005&code=610101#csidxeb680844b179f309c5b2101599617db

 

흑점 극소기인데 갑자기 강력한 폭발…앗! 태양이 이상해

미국 할리우드 배우 니컬러스 케이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2009년 개봉작 <노잉(Knowing)>은 독특한 ...

news.khan.co.kr



[TOPIC] 태양의 활동도 락다운에? 태양 극소기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리서치페이퍼 2020년 06월 08일 월요일) 

NASA의 발표에 따르면, 태양은 태양 극소기라고 불리는 일종의 락다운 기간을 보내고 있다. 과학자들은 태양 극소기가 지구의 기후와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고 있다.

기후 변화에 관한 UN 정부간패널(IPCC)은 “태양의 활동이 기후 변화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IPCC는 "태양 활동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19년 미 항공우주국(NASA)은 태양이 태양 극소기(solar minimum)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태양 극소기란 11년간의 태양 주기 중 태양의 활동이 가장 적은 기간을 말한다.

태양 주기 중기에는 태양의 활동이 줄어든다. 즉 태양이 내뿜는 플레어나 방사선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태양의 활동이 늘어나면 플레어나 방사선도 늘어난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들어 벌써 100일간 태양의 흑점이 보이지 않는 날이 관찰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태양이 텅 비어 있는 기간은 76%다. 2019년에는 77%였다. 2년 연속으로 흑점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 자주 관찰됐다는 것은 태양 극소기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태양 극소기에는 지구에 엄청나게 추운 날씨나 지진, 기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과학자들은 태양의 흑점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는데, 흑점이란 태양의 표면에 보이는 검은 점으로 주변보다 온도가 낮은 부분을 가리킨다. 흑점이 발생하는 이유는 태양 표면의 강력한 자기 활동으로 인해 대류 활동이 방해를 받기 때문이다.

흑점이 줄어든 것은 태양 표면의 자기 활동이 줄어들어 대류 활동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이는 태양이 활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평소에 태양이 일상적으로 활동할 때는 흑점이 4~5만 개 정도 관찰되는데, 올해는 흑점이 50개밖에 보이지 않았다.

NASA 과학자들은 태양 극소기가 지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태양은 앞으로 지구로 에너지보다는 자외선을 더 많이 보내게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태양의 날씨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알렉산더 샤피로는 "태양의 주기 자체는 어느 정도 임의적이다. 비선형적인 시스템이며 자기장과 하전 입자 사이의 상호 작용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려되는 것은 태양 극소기 이후 태양의 활동이다. 태양이 현재의 태양 극소기를 지난 다음에 몇 년 동안 폭발적으로 활동을 늘릴 수 있는데, 이런 경우 1859년 캐링턴 이벤트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캐링턴 이벤트는 1859년 9월에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의 태양 대폭풍이다. 당시 수많은 전선 와이어가 스파크를 일으켜 전신 통신 사업자들이 애를 먹었다. 지금처럼 전자 기기가 많아진 세상에서는 극심한 태양풍이 발생할 경우 경험하지 못한 규모의 전력망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NASA는 “이번 태양 극소기가 우주 기상에 대한 예측을 개선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우주 임무를 수행할 좋은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는 단점도 있다. 과학자들은 1790~1830년 동안 이어진 달튼 극소기와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시기에는 극심한 추위, 농작물 손실, 기근, 강력한 화산 폭발이 지구 곳곳에서 발생한 바 있다.

당시 20년 넘는 기간에 기온이 2℃가량 떨어졌고, 전 세계 식량 생산이 줄어들어 기근으로 이어졌다. 특히 유럽 전역이 큰 타격을 받았고, 기온이 낮아져 템스강이 꽁꽁 어는 일도 발생했다. 천둥 번개가 치는 날도 많았다.

지진과 쓰나미도 여러 차례 발생해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연못과 호수가 7~8월에도 얼어붙었다. 혹독한 날씨 탓에 수확되는 곡물이 별로 없어서 식량과 곡물 가격이 급등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탐보라산이 폭발했다. 2000년 만에 두 번째로 큰 화산 폭발이 발생해 7만 1,000명 정도가 사망했다.

현재 과학자들은 현재의 태양 극소기가 달튼 극소기에 발생한 것과 마찬가지로 지구의 기후와 사람들의 생활에 큰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