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 미/여행정보

한국 호텔, 무궁화 등급이 별 등급으로 변신중… '6성급' 호텔은 어디에? (조선일보 : 2015.07.04 03:00)

한국 호텔, 무궁화 등급이 별 등급으로 변신중… '6성급' 호텔은 어디에?

'별따기 경쟁' 바쁜 호텔업계

공식적으론 '6성급' 없어
'6星' 씨마크·포시즌스 그만큼 격조있다는 뜻… 별은 다섯개가 최고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매년 직원 수련 대회를 열었던 강릉 호텔현대경포대가 지난달 26일 재개관했다. 새 이름은 씨마크(SEAMARQ)호텔. 현대중공업 소유로, 6성급 호텔로 알려졌다. 1박당 50만원대(주중 일반 객실 기준, 세금 포함)다. 숙박료만 보면 공식 5성급 호텔인 서울 신라호텔(1박당 30만원대)보다 한 수 위다. 씨마크호텔 측은 1일 "세계적 건축가가 설계했고, 해외 명품 가구를 들였으며, 강원도 제철 식재료를 쓰는 등 기존 호텔과 확실히 다르다"고 밝혔다.

9월 말 개관 예정인 서울 광화문의 포시즌스 호텔 서울(Four Seasons Hotel Seoul) 역시 6성급으로 통한다. 광화문의 포시즌스는 대지 4117㎡(1250평)에 지하 7층, 지상 25층 규모로 객실 317개를 갖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소유하고, 글로벌 고급 호텔 체인인 포시즌스 호텔 앤드 리조트(이하 포시즌스)가 운영한다. 포시즌스는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호텔 운영 기업으로, 1960년 건축가이자 부동산 개발업자인 이사도어 샤프(84)가 창업했다. 최대 주주는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과 2일 36조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화제가 된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다.

도심 한가운데에 어지간한 호텔은 엄두를 못 내는 최고가(最高價) 위치에 자리 잡은 데다 6성급이라니 기존 호텔들이 바짝 긴장하는 판세다. 씨마크호텔과 포시즌즈호텔에 붙었다는 '별 여섯 개'는 어떤 의미일까.


	국내특급호텔

	호텔 등급 심사기준

5성으로는 성에 안 차는 '고급 중 고급'

세계 어느 나라에도 공식적으로는 6성급이나 7성급 호텔은 없다. 공식 등급은 5성급 호텔, 즉 별 5개가 가장 높다. 그 이상의 '별'은 홍보나 마케팅용으로 붙는다. '고급 중에서도 최고급 호텔' '기존 5성급 호텔이 따라올 수 없이 우월한 호텔'이라는 뜻이다. 포시즌스호텔 측은 1일 "저희 호텔은 6성급으로 홍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호텔을 별 개수로 평가하는 방식은 1900년대 초반 미국의 한 자동차 여행 단체가 회원들의 편의를 위해 처음 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일된 호텔 등급 체계는 없고, 나라별로 부여 기관과 기준이 제각각이다. 별, 다이아몬드 등 여러 표지를 쓰는데 대개 5개가 최상위 등급이다.

6성급도 모자라 7성급을 내세운 호텔이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 호텔이다. 1999년 문을 연 버즈 알 아랍 호텔은 객실당 담당 직원 한 명이 배치되는 등 극진한 서비스를 내세워 '7성급'으로 통했다. 실체가 없는 과도한 마케팅이라는 따가운 눈초리가 쏟아지자 호텔 측에서 "7성급은 저희가 내세운 것이 아니라 한 영국 기자가 기사에 쓰면서 굳어졌다"며 "공식적으로 쓰지 않는 표현"이라고 뒤늦게 해명하기도 했다.

국내 호텔의 별 등급은 올해 도입됐다. 그전까지는 국화(國花)인 무궁화가 등급 표지였다. 별 개수로 따지면 어느 정도 수준이라는 의미에서 '○성급(星級)'으로 불렀다. 1971년 1월 당시 교통부에서 무궁화 5개를 최고로 해서 평가를 시작했다. 30년 가까이 공무원 실사로 이뤄지다 1999년 민간 기관인 한국관광호텔업협회와 한국관광협회중앙회로 결정권이 위탁됐다. 호텔은 두 기관 중 하나를 선택해서 심사를 신청했다. 금색 바탕에 무궁화 5개면 최고 등급인 특1급, 녹색 바탕에 무궁화 5개면 특2급이었다.

그러나 특1급과 특2급이 무궁화 5개로 같아 소비자가 혼동하기 쉬운 데다, 두 협회가 회원 확보 경쟁을 벌이며 무궁화를 남발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외 정상이 방한했을 때 묵는 호텔과, 제대로 된 레스토랑도 없는 서울 강북의 한 지역 호텔이 동등하게 '특1급'이 되기도 했다.



'최초의 별을 차지하라' 자존심 싸움

올해 1월 외국인에게도 쉽게 통용되는 별로 바꾼다는 방침을 정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관광공사에서 공식 평가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대한민국 최초의 5성급 호텔'이라는 상징적 타이틀을 갖기 위한 보이지 않는 싸움이 시작됐다. 때마침 3년이 유효기간인 등급 만료 시기가 임박한 신라호텔과 인터컨티넨탈호텔 간의 자존심 경쟁이었다.

신라는 1월 29일, 인터컨티넨탈은 1월 12일이 만료일이었다. 두 호텔은 거의 같은 시기에 심사 신청 서류를 제출했다. 신라가 1월 9일, 인터컨티넨탈이 1월 13일로 불과 나흘 차이였다. 두 곳 다 5성급은 무난하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었다. 가장 큰 관심사는 '누가 먼저 차지하느냐'. 만료 시한으로는 인터컨티넨탈이 앞서고, 서류 제출 날짜를 보면 신라가 먼저였다. 결과는 신라의 승(勝). 지난 5월 신라호텔이 최초로, 인터컨티넨탈호텔이 두 번째로 5성급 호텔로 인증받았다. 관광공사 측은 "호텔과 협의해 결정하는 현장 심사 날짜가 신라호텔 3월 5일, 인터컨티넨탈호텔 4월 1일이었다"며 "신라호텔이 현장 심사가 앞섰기 때문에 먼저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호텔 등급은 숙박료, 서비스 수준을 반영한다. 소비자에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에 등급 심사는 법적인 의무다. 전국 모든 호텔은 3년에 한 번 심사를 받아야 한다. 2일 현재 심사 대상 호텔은 전국 760곳이다. 자치도인 제주도만 자체적으로 평가한다.

이번에 재개관한 강릉 씨마크호텔은 60일 이내에 등급 심사를 받아야 한다. 씨마크호텔의 전신(前身)인 호텔현대경포대는 특2급이었다. 만약 최고 등급인 5성급을 받게 되면 호텔로서는 비약적인 발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