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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IT 첨단산업

[횡설수설/정성희]사물인터넷과 창조경제 (동아일보 2015-03-11 05:45:43)

[횡설수설/정성희]사물인터넷과 창조경제

 

 

아이가 오줌을 싸면 보호자에게 알려주는 기저귀, 집주인의 스마트폰에 연결돼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사진을 찍어 전송해 주는 초인종, 스마트폰을 밥솥에 갖다 대면 조리법이 입력되는 전기밥솥, 올라서면 심박수까지 측정해 주는 체중계…. 제품의 고유한 기능에 인터넷 기능을 더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 상품이다. 맹인도 운전할 수 있는 ‘구글 카’는 IoT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미국 정보기술(IT) 연구 및 자문 회사인 가트너는 2020년까지 PC와 태블릿, 스마트폰 등 전통적 인터넷 기기를 제외하고도 260억 대의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된다고 내다봤다. 부가가치도 엄청나 2020년까지 IoT 산업 매출은 3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스코의 최고경영자(CEO) 존 체임버스는 IoT가 “하이테크 산업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정보강국’을 자부하는 한국의 IoT 경쟁력이 100점 만점에 52.2점, 주요 20개국 중 12위밖에 안 된다는 성적표가 나왔다. 컨설팅기업 액센츄어 평가 결과 미국이 64점으로 1위이고 그 다음이 스위스(63.9점) 핀란드(63.2점)다. 한국은 연구개발(R&D) 비용 및 인적 인프라, 대중의 제품 구매 및 신기술 수용 능력에서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았으나 사업기반(14위)과 혁신동력(13위)에서 떨어졌다. 기술이 있어도 투자를 받기 어렵고 리스크를 짊어지려고 하는 기업가 정신도 부족하다는 얘기다.

▷기술이 시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은 IoT뿐만 아니라 한국 벤처 생태계의 고질적 문제다. 미국은 압도적 규모의 에인절 캐피털과 벤처 캐피털이 벤처기업의 실패를 기꺼이 용인해 준다. 한국의 벤처 캐피털은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실패하지 않을 기술이나 단기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에만 돈을 대주니 ‘벤처(모험)’라는 이름이 아깝다. IoT 관련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투자자를 찾아가면 “시제품부터 가져오라”는 식이다. 정보기술(IT) 선진국에서 IoT 선진국으로 가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일 것이다.

 

 

[단독]IT 선두 한국, IoT는 뒤처졌다

(동아일보  2015-03-10 03:30:18)

사물인터넷 경쟁력 글로벌 평가서… 100점 만점에 52점, 20國중 12위
“혁신기술 있어도 투자받기 어려워”

 

‘100점 만점에 52.2점, 글로벌 주요 국가 20개국 중 12위.’

사물인터넷(IoT) 산업 분야 경쟁력에서 한국이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로부터 받은 성적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와 스마트 기기 보급률을 자랑하는 한국은 IoT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실제 전문가들의 평가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9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액센츄어의 글로벌 보고서 ‘산업 IoT로 승리하는 법(Winning with the Industrial Internet of Things)’에 따르면 한국은 “혁신적 기술이 있어도 투자받기 어려운 나라” “정부·기업·대학의 연구개발(R&D) 협력이 부족한 나라” “고위험 프로젝트에 도전하기 어려운 나라” 등으로 평가됐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IoT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여긴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IoT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산업을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IoT 산업 시장 규모는 올해 2370억 달러(약 262조8000억 원)로 추정된다. 2020년에는 1조 달러(약 1109조2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IoT 산업은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의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액센츄어는 리서치 전문기업인 프런티어이코노믹스와 공동으로 미국, 일본, 독일 등 글로벌 주요 20개국의 IoT 역량을 △사업기반 △도약요소 △전이요소 △혁신을 위한 동력 등 4가지 영역으로 나눠 평가했다. 평가 결과 IoT 분야의 시장 역량이 가장 뛰어난 나라는 미국(64점)이었고, 스위스(63.9점) 핀란드(63.2점) 등이 뒤를 이었다. 일본은 9위(54.4점), 중국은 14위(47.1점)다.

한국은 ‘사업기반’(14위) ‘혁신을 위한 동력’(13위) 등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기업 생태계가 불균형하고, 제도적인 지원이 부족하며, 기업가 정신이 약하다는 것이다.


::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 ::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가전제품, 자동차, 일상용품 등이 능동적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로 응용 및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평가받는다. 스마트폰으로 차량 시동을 걸거나 심장박동이나 혈압 등 건강체크를 하는 것 등이 사물인터넷의 한 사례다.

 

 

 IoT 영역은 ‘무한 확장’… 글로벌기업 ‘무한 경쟁’

(동아일보  2015-03-10 03:30:29)

[한국, 뒤처진 사물인터넷 경쟁력]
“생존 달려” 전담조직 앞다퉈 신설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주목하는 미래형 인터넷의 최대 화두다. 인터넷이 시공간을 초월해 전 세계 모든 사람을 연결하는 ‘초연결사회’로 변화시켰다면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이 서로 연결돼 소통하는 것이 ‘IoT 시대’다.

IoT 분야 중 가장 가까운 미래에 다가와 있는 분야는 ‘스마트홈’이다. TV 냉장고 에어컨 등 전통적 가전제품이 사용자와 인터넷으로 연결돼 새로운 정보와 경험을 제공한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는 글로벌 ICT 기업들이 IoT 시장을 놓고 벌이는 전쟁터였다. 공기청정기에 실내공기 측정 센서를 장착해 미세먼지 농도를 분석하거나 거울을 볼 때마다 피부의 상태를 점검해주고 이에 맞는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화장대 등 새로운 아이디어의 IoT 제품이 선보였다.

IoT 시장 진출은 ICT 기업은 물론이고 제조업 기업에도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됐다. 기업들은 IoT 초기 생태계를 장악하기 위해 앞다퉈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IoT 전략 수립 조직을 신설해 미래 사업 전략을 세우고 유망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통신시장의 포화로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도 IoT 시장 선점에 미래를 걸었다.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기존 제조업 강자들도 IoT 기술 투자에 나서고 있다.

유성완 미래창조과학부 신산업팀 과장은 “IoT 시대에는 전통적 산업구조의 경제가 점점 희미해지고 제2, 제3의 비즈니스가 탄생할 것”이라며 “한국이 그동안 사업화 부문에서 뒤처진 측면이 있지만 최근 전자태그(RFID), 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 등 인프라 기술 개발을 꾸준히 진행해왔고 시장의 기술 수용도도 높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투자자 찾아 수십곳 순례… “3년내 회수 의문” 번번이 퇴짜

(동아일보  2015-03-10 03:58:55)

[한국, 뒤처진 사물인터넷 경쟁력]
본보 입수 ‘액센츄어 보고서’… “한국, IoT 환경 중 사업기반이 가장 취약”

 

인터넷 시대를 지나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이 연결돼 소통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IoT 기술을 통해 이용자는 스마트폰으로 제3의 세계를 체험하고(삼성전자의 가상현실 기기인 기어VR·위쪽), 몸에 부착한 센서로 로봇을 움직이는 등(SK텔레콤의 5세대 통신 시연·아래쪽)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동아일보DB

 

지난해 5월 창업한 ‘뉴로게이저(NEUROGAZER)’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다. 미국 예일대 신경생물학·심리학과 이대열 교수(49)가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일해 온 동생 이흥열 씨(47)와 함께 회사를 세웠다. 뉴로게이저는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를 찍어 분석하는 기술을 가진 회사다.

이 교수는 20여 년 동안 연구해 온 뇌 과학 분야의 성과를 실생활에 적용시켜 보고 싶다는 바람으로 스타트업 창업을 결심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투자를 받지 못했다. 지금까지 40여 곳의 벤처캐피털 및 에인절투자자 등과 200여 차례 만났지만 선뜻 투자를 결정한 곳이 없었다.

“IoT 시대에 뉴로게이저가 분석한 뇌 정보가 사물들과 연결되면 다양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도 “기술이 너무 어렵다”라든가 “3년 이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는 답변만 들었을 뿐이다.


○ IoT 기술 있어도 투자받기 어려워

 

뉴로게이저는 한국 스타트업계 생태계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최근 스타트업 열풍으로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 등 양성 과정 및 초기 투자사가 많이 생기고 있지만 IoT 시대의 동력이라 할 수 있는 기술 기반 벤처기업이나 하드웨어 제조 기업은 여전히 투자자를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흥열 뉴로게이저 대표는 “한국에는 뉴로게이저와 같이 장기적 연구 및 투자가 필요한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투자할 투자자가 없다”며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타트업에 ‘3년 이내 사업성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마술을 부리라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말했다.

액센츄어가 주요 20개 국가의 IoT 산업 환경을 분석한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IoT 시대 역량 중 가장 취약한 영역으로 ‘사업기반’(14위)이 꼽혔다. 사업기반 영역은 각 국가가 IoT 시장 확대를 위한 기술·제도적 기반을 얼마나 균형적으로 갖췄는지 평가하는 지표다.

익명을 요구한 하드웨어 기반 스타트업 대표 A 씨는 투자자나 지원기관이 하드웨어 제조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털어놓았다. A 씨는 “IoT 관련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소 2억 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한데, 그 2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자를 찾아가면 ‘프로토타입부터 가져오라’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 창업 생태계 불균형… 혁신 동력도 취약

한국은 ICT 수준에 비해 창업 관련 생태계도 불균형한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초기 창업자들이 개발 및 운영 자금을 더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실패 가능성이 낮은 소프트웨어 관련 아이디어에만 투자가 몰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벤처 생태계는 벤처업체가 3만 개를 넘어설 만큼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기술 기반이나 하드웨어 제조 벤처업체 등에는 투자가 빈약하다는 것이 벤처업계의 불만이다. 한국은 ‘혁신을 위한 동력’(13위)도 취약하다. 이 영역은 △정부 기업 대학 등의 연구개발(R&D) 활동 △기업가 정신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특정 영역에 전문화된 지원 기관 마련 등 새로운 기술로부터 제3의 비즈니스 혁명을 창출할 수 있는 국가별 역량을 평가하는 지표다.

한국의 산학협력을 통한 R&D 성과가 선진국보다 낮은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 R&D 성과 등 비즈니스적 측면만을 고려하고 학교는 교육적 측면만을 좇아 자발적인 협력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초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원이 발간한 ‘창조경제, 중소기업 R&D 산학협력에서 해답을 찾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15위를 기록했던 한국의 R&D 산학협력 부문 순위는 26위까지 추락했다. 2007년 5위를 정점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반면 IoT 역량 평가에서 1위를 한 미국의 경제 성장 심장부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에는 미국 500대 기업 가운데 132개가 집중돼 있고, 7000여 개의 벤처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스탠퍼드대, 새너제이 주립대, 샌타클래라대 등 주변 주요 대학들과 네트워크 조직을 갖춰 신기술 개발에 힘을 모으고 있다.

액센츄어코리아 디지털그룹 고광범 전무는 “IoT는 전통적 경제 산업 구조 및 비즈니스 모델을 통째로 바꿀 기술”이라며 “기술기반·하드웨어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 및 다양한 세제 및 법률 지원 제도 마련 등 산업용(Industrial) IoT 시대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