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가위 보름달이 ‘슈퍼문’이었다고?
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미주리 강가에서 한쌍의 남녀가 음력 8월 대보름달을 배경으로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AP=연합뉴스) |
추석인 8일 저녁 6시8분(서울 기준)에 뜬 한가위 보름달은 ‘슈퍼문’이었을까?
‘슈퍼문’의 정의를 찾기는 쉽지 않다. 국립국어원 누리집에서 운영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이나 대표적 영어사전인 웹스터사전에는 슈퍼문이라는 표제어 자체가 올라 있지 않다. 720만여개의 표제어를 보유한 ‘네이버 사전’에도, ‘다음 사전’에도 슈퍼문은 단독 표제어로 등록돼 있지 않다. 한국천문우주연구원 누리집에서도 슈퍼문은 검색되지 않는다.
슈퍼문이 표제어로 올라 있는 것은 오픈사전인 ‘위키피디아’와 영국의 백과사전 브리태니커 온라인 정도다. 브리태니커가 슈퍼문을 “달이 근지점(지구와 달이 가장 가까워졌을 때)에 이르렀을 때의 보름달”이라고 정의해놓은 것도 아주 최근(8월10일)의 일이다.
위키피디아 한글판에는 “슈퍼문은 보름달 또는 신월이 가장 커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고 돼 있다. ‘신월’(新月)은 초승달을 말한다. 영문판에는 좀더 자세히 설명돼 있다. 리처드 놀이라는 점성가가 ‘슈퍼문’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 쓴 것으로 돼 있다. 놀은 “1979년 델 출판사가 발행한 <점성술>(Horoscope)라는 잡지에 쓴 기사에서 ‘궤도 상 지구와 달이 가장 가까워졌을 때의 보름달이나 초승달’을 가리키는 말로 내가 처음 썼다”고 주장했다. 놀은 2011년의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과 슈퍼문에 관련성이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슈퍼문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을 그닥 달가워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특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센터 책임연구원은 “천문학에서 공식적으로 쓰는 용어는 아니다. 달의 타원궤도 때문에 생기는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 문제여서 특별한 정의를 할 만한 천문현상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천문학에서는 ‘근지점-삭망’(perigee-syzygy)이라는 용어를, ‘원지점-삭망’(apogee-syzygy)과 짝지워 쓰고 있다. 이태형 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 겸임교수도 “슈퍼문이라고 언론에서 보도를 해 일반인들이 한번이라도 밤하늘을 쳐다보게 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실 슈퍼문이라 이름을 붙일 만한 현상은 아니어서 기대심리만 크게 만드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에서 미국 국립항공우주국(나사·NASA)이 슈퍼문의 등장을 예보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나사도 공식적으로 ‘슈퍼문’이라는 용어를 쓴 흔적은 없다. 다만 나사 누리집에서 슈퍼문을 검색하면 관련 기사들이 검색될 뿐이다.
실제 슈퍼문은 방송사 등 언론들이 강조해 보도한 만큼 ‘슈퍼’하지는 않다. 달은 지구를 타원궤도로 돌고(백도), 지구는 태양을 타원궤도로 돈다(황도). 두 궤도가 일치하지 않고 약간(5.2도) 기울어져 달의 차고 이지러지는 현상(삭망)이 생긴다. 또 타원궤도여서 지구와 가장 가까워질 때(근지점)와 멀어질 때(원지점)가 생긴다. 이 두 현상이 겹쳐 근지점일 때 보름달 또는 초승달이 떠오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미국 해군천문대 대변인인 제프 체스터는 나사 뉴스팀과의 인터뷰에서 “근지점-보름달은 평균 13개월 18일마다 한번씩 일어난다. 결코 드문 현상이 아니다. 또 달의 겉보기는 지평선(수평선)에 걸쳐 있거나 구름과 안개 등에 영향을 받아 실제보다 더 커보일 수 있다. 언론들이 슈퍼문을 강조하면 일반인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본 보름달이 가장 큰 것이라는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 슈퍼문이라는 별명은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월식 때 따라다니던 ‘피의 달’(Blood-Moon)처럼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근지점-보름달의 크기에 굳이 순위를 매긴다 하더라도 올해 추석날의 보름달은 아주 높은 순위는 아니다. 네이버의 한 블로거(평행우주)는 나사의 제트추진연구소가 제공하는 천체력(DE431)을 이용해 근지점-보름달이 뜨는 모든 경우를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2052년 12월6일에 실제로 가장 큰 보름달 곧 달과 지구가 가장 가까워졌을 때 뜨는 보름달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기자가 이날 달과 지구 중심 사이의 거리를 무료프로그램인 ‘별자리천체관측프로그램’(stellarium)으로 계산해보니 35만1158㎞가 나왔다. 지난 8일 자정 때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35만9066㎞였다고 하니 7908㎞ 더 가까워지는 셈이다. 이 블로거는 “1930년 1월16일 이래 이보다 더 가까이 접근하는 일은 2116년 이전에는 없다”고 밝혔다.
근지점-보름달을 촬영해보면 원지점-보름달에 비해 크기는 13~14% 정도 크고, 밝기는 30% 정도 더 밝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관측할 때는 그날의 날씨와 관찰자의 위치, 달의 궤적에 따라 달라져 정말 ‘슈퍼문’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체스터 나사 대변인은 “비교할 기준점이나 측정할 도구가 없기 때문에 보름달의 크기가 실제로 다른지 구별하기 어렵다. 보름달이 다른 보름달보다 크다고 느끼는 것은 일종의 착시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론적으로는 8일 달은 자정께 머리 위로 떴을 때(남중) 지구에 가장 가까웠으며, 달이 가장 둥그래진 시점은 9일 오전 10시38분이었다. 이태형 교수는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커지는 겉보기 크기가 둥그래지면서 커지는 비율보다 크기 때문에 8일 가장 큰 달은 자정에 본 보름달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달이 하늘 한 가운데 있을 때는 비교할 대상이 없어 사람들은 달이 지평선에서 뜨거나 질 때 더 크게 느낀다. 다만 과학자들은 왜 지평선의 달이 더 커 보이는지 완벽한 해석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문홍규 책임연구원은 “지평선 부근에서는 대기가 더 두꺼워 굴절률이 더 커지기 때문에 달이 더 크게 보인다는 가설이 있다. 지평선 부근에는 나무나 건물 등 비교할 대상이 있어 더 크게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지 ‘큰 보름달’인 슈퍼문은 아직 국립국어원의 순화대상 용어로 잡히지는 않고 있다. 국어원은 누리꾼 제안 등을 통해 우리말 순화대상 용어(주로 외래어)를 제시한 뒤 누리꾼 의견을 수렴해 순화어를 선정·발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리플 → 댓글’ ‘캡처 → 갈무리’이다. 슈퍼문도 2011년 한 누리꾼에 의해 ‘다듬고 싶은 말’로 등록은 돼 있다. 김문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 학예연구관은 “슈퍼문은 비교적 쉬운 영어단어로 조합된 용어여서 이로 인해 정보격차나 사회생활의 불편을 겪거나 취업·생계에 불이익이 당하거나 일상 대화에 불편을 느낄 정도로 시급한 상황은 아니다. 또 아직 널리 쓰이지 않고 있어 순화대상에 오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어원에서는 검색어로 최소 2000번 이상 검색될 경우에 손화대상 용어 심사대상으로 삼는다. 10일 현재 구글에서 ‘슈퍼문’(한글)으로 검색하면 225만여개가 나온다.
학생들이 그린 보름달이 보일 때의 지구·태양·달 위치. |
보름달이 생길 때의 태양과 지구, 달의 위치는 태양-지구-달의 순서가 맞다. 다수결로 정할 일은 아니지만 많은 학생들이 올바른 답변을 했다. 태양-지구-달의 순서로 답한 62명 중 과학영재는 47명(89%), 일반학생은 15명(46%)으로, 정확한 개념을 갖고 있는 과학영재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초등학교에서는 5학년 1학기 과학시간에 ‘여러 날 동안 관찰한 달의 모양과 위치(위상) 변화’에 대해서 배운다. 지구-달만 그린 3명의 학생 가운데 한명은 “낮에도 달을 볼 수 있다”고 답했는데, 이유로 “낮에도 달이 있는데 태양에 가려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김하나씨는 새벽녘이나 해질녘 등 낮이라고 생각하는 시간에 달을 본 경험이 이런 잘못된 개념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해석했다. 지구-태양-달의 순서로 답변한 학생 중 한명은 ‘태양이 사라져도 달이 보이겠는가’라는 질문에 “달빛이 있어서 보인다”고 답해 달이 스스로 빛을 내는 광원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일반학생의 절반 가까이(15명·46%)와 영재학생 5명(9%)이 태양-달-지구의 순서라고 답변한 것은 보름달이 생길 때 태양과 지구, 달이 일직선상에 있다고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단순히 회상하는 과정에 오류를 일으킨 것인 것 같다고 김씨는 분석했다. 이 학생들은 태양빛의 진행에 대해 잘 설명하지 못했다. 많은 학생들은 광원과 빛의 진행에 대해서도 헷갈려 했다. 학생들에게는 “지구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달을 보게 되는지 말해 보라” “태양이 없다면 달을 볼 수 있을까?” 등의 질문이 주어졌다. 우선 광원에 대해 ‘달이 스스로 빛을 낸다’고 답변한 학생도 9명이나 됐다. ‘태양이 에너지 형태로 빛을 방출한다’고 대답한 학생(2명)도 있었는데 한 학생은 “낮에 받은 태양 에너지를 밤에 지구가 밖으로 내보내면서 달이 보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대다수 학생들은 ‘태양이 빛을 방출한다’는 올바른 답변을 했다. 특히 과학영재 중 일부 학생(3명)은 ‘태양의 빛은 점광원의 집합체로서 태양의 한 점에서 모든 방향으로 방출된다’는 정확한 과학적 개념을 알고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지구와 태양의 거리(1억5천만㎞)가 아주 멀기 때문에 대부분 그림에서 태양빛이 평행광으로 표현돼 있는 것만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태양-지구-달의 순서가 됐을 때 보름달이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는 학생들도 태양의 빛이 곧게 진행해 달에 도착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면서 지구에 의해 생긴 그림자에 대해서는 헷갈려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학생은 태양에서 나온 빛이 지구에 가로막혀서 생긴 그림자를 달이 지나가기 때문에 달 모양이 변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김하나씨는 “태양에서 나온 빛은 곧게 진행해 달의 표면에 도달하는데, 이 과정에서 달의 공전궤도(백도)와 지구의 공전궤도(황도) 사이에 5도의 차이가 있어 매달 월식이 일어나지 않고 보름달이 보이게 된다”는 사실은 중학교 2학년 교육과정에 들어 있는 내용이어서 초등학교 5학년이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절반 정도의 학생들은 태양빛이 달에 비춰져서 보름달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13명의 학생은 “달이 태양-지구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으므로 보름달이 보일 수 있다”는 정확한 과학적 원리를 습득하고 있었다. 또 절반이 넘는 학생(48명)들이 빛이 달의 표면에서 반사된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었고, 일부(5명)는 “빛이 달의 표면에서 난반사한다”는 정확한 개념을 갖고 있었다. 이들 5명은 모두 과학영재들이었다. 김하나씨는 “달의 위상 변화를 학습할 때 보름달이 생기는 원리, 광원에서 빛이 어떻게 생기는지, 빛은 어떤 경로로 달에 도달하고, 달에서 다시 지구에 어떻게 도달하는지를 함께 가르쳐야 할 것 같다. 특히 5학년 1학기 때 배우는 달의 위상 변화와 6학년 1학기 때 배우는 빛의 직진과 반사는 병행해서 제시하는 학습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엄마, 보름달은 어떻게 생겨요?’ 아이가 물어본다면…
(한겨레 2014.09.07 11:53)
보름달. 이번 추석엔 올해 들어 두번째로 큰 ‘슈퍼문’이 떠 오른다고 한다. / 한겨레DB |
오늘밤 ‘달맞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세요
초등학생 5학년 80여명한테 보름달이 어떻게 생기는지 물었다. “보름달이 보일 때의 지구·태양·달을 그림으로 그려보세요.” 학생들이 그린 그림은 대표적으로 5가지 유형이었다.(그림 참조) 물론 한가지만 정답이다. 오늘밤 한가위 달맞이를 하며 아이들과 함께 얘기해보는 것은 어떨까?
태양은 그리지 않고 지구-달만 그린 경우는 3명, 지구-태양-달의 순서라는 학생은 2명, 태양-달-지구(수직) 유형을 그린 학생은 4명, 태양-달-지구는 20명, 태양-지구-달은 62명이었다.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석사논문에 실린 내용이다. 김중복 물리학과 교수의 지도로 대학원생 김하나씨가 지난해 서울과 충북 청주의 초등학생 86명을 대상으로 보름달 생기는 원리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는지를 연구한 논문이다. 학생들은 영재학급이나 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에 다니는 학생 53명과 일반학급 학생 33명이었다.
보름달이 생길 때의 태양과 지구, 달의 위치는 태양-지구-달의 순서가 맞다. 다수결로 정할 일은 아니지만 많은 학생들이 올바른 답변을 했다. 태양-지구-달의 순서로 답한 62명 중 과학영재는 47명(89%), 일반학생은 15명(46%)으로, 정확한 개념을 갖고 있는 과학영재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초등학교에서는 5학년 1학기 과학시간에 ‘여러 날 동안 관찰한 달의 모양과 위치(위상) 변화’에 대해서 배운다.
지구-달만 그린 3명의 학생 가운데 한명은 “낮에도 달을 볼 수 있다”고 답했는데, 이유로 “낮에도 달이 있는데 태양에 가려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김하나씨는 새벽녘이나 해질녘 등 낮이라고 생각하는 시간에 달을 본 경험이 이런 잘못된 개념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해석했다. 지구-태양-달의 순서로 답변한 학생 중 한명은 ‘태양이 사라져도 달이 보이겠는가’라는 질문에 “달빛이 있어서 보인다”고 답해 달이 스스로 빛을 내는 광원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일반학생의 절반 가까이(15명·46%)와 영재학생 5명(9%)이 태양-달-지구의 순서라고 답변한 것은 보름달이 생길 때 태양과 지구, 달이 일직선상에 있다고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단순히 회상하는 과정에 오류를 일으킨 것인 것 같다고 김씨는 분석했다. 이 학생들은 태양빛의 진행에 대해 잘 설명하지 못했다.
많은 학생들은 광원과 빛의 진행에 대해서도 헷갈려 했다. 학생들에게는 “지구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달을 보게 되는지 말해 보라” “태양이 없다면 달을 볼 수 있을까?” 등의 질문이 주어졌다. 우선 광원에 대해 ‘달이 스스로 빛을 낸다’고 답변한 학생도 9명이나 됐다. ‘태양이 에너지 형태로 빛을 방출한다’고 대답한 학생(2명)도 있었는데 한 학생은 “낮에 받은 태양 에너지를 밤에 지구가 밖으로 내보내면서 달이 보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대다수 학생들은 ‘태양이 빛을 방출한다’는 올바른 답변을 했다. 특히 과학영재 중 일부 학생(3명)은 ‘태양의 빛은 점광원의 집합체로서 태양의 한 점에서 모든 방향으로 방출된다’는 정확한 과학적 개념을 알고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지구와 태양의 거리(1억5천만㎞)가 아주 멀기 때문에 대부분 그림에서 태양빛이 평행광으로 표현돼 있는 것만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태양-지구-달의 순서가 됐을 때 보름달이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는 학생들도 태양의 빛이 곧게 진행해 달에 도착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면서 지구에 의해 생긴 그림자에 대해서는 헷갈려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학생은 태양에서 나온 빛이 지구에 가로막혀서 생긴 그림자를 달이 지나가기 때문에 달 모양이 변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김하나씨는 “태양에서 나온 빛은 곧게 진행해 달의 표면에 도달하는데, 이 과정에서 달의 공전궤도(백도)와 지구의 공전궤도(황도) 사이에 5도의 차이가 있어 매달 월식이 일어나지 않고 보름달이 보이게 된다”는 사실은 중학교 2학년 교육과정에 들어 있는 내용이어서 초등학교 5학년이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절반 정도의 학생들은 태양빛이 달에 비춰져서 보름달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13명의 학생은 “달이 태양-지구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으므로 보름달이 보일 수 있다”는 정확한 과학적 원리를 습득하고 있었다.
또 절반이 넘는 학생(48명)들이 빛이 달의 표면에서 반사된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었고, 일부(5명)는 “빛이 달의 표면에서 난반사한다”는 정확한 개념을 갖고 있었다. 이들 5명은 모두 과학영재들이었다.
김하나씨는 “달의 위상 변화를 학습할 때 보름달이 생기는 원리, 광원에서 빛이 어떻게 생기는지, 빛은 어떤 경로로 달에 도달하고, 달에서 다시 지구에 어떻게 도달하는지를 함께 가르쳐야 할 것 같다. 특히 5학년 1학기 때 배우는 달의 위상 변화와 6학년 1학기 때 배우는 빛의 직진과 반사는 병행해서 제시하는 학습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달의 미스터리…뒷면 보기까지 35억년 걸렸다
(한겨레 2014.09.05 14:22)
아폴로 16호가 1972년 촬영한 달의 뒷면. 달은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같아 우리는 달의 앞면만을 볼 수 있다. 나사(NASA) 제공 |
[토요판] 별 / 달의 미스터리
거의 매일, 고개만 들면 하늘 어딘가에서 찾을 수 있는 달. 달은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실은 그 이상으로 신비한 존재다. 그래서 이 개성 강한 천체는 많은 신화와 스토리의 원천이 되었고, 고대로부터 인류의 문화와 예술, 사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우리 지구가 속한 태양계에는 많은 위성이 있다. 소행성대 너머 멀리 자리한 거대한 가스행성인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은 각각 수십 개에 달하는 위성을 거느리고 있고, 이들의 위성은 지금도 계속 발견되는 중이다. 지구 지름의 절반 정도인 화성에조차 두 개의 위성이 돌고 있다. 하지만 이들 속에서도 우리 지구의 달은 유별난 존재다. 왜 그럴까.
위성치고는 엄청난 크기
일단 달은 아주 크다. 물론 태양계에는 가니메데, 타이탄, 칼리스토, 이오 등 달보다 덩치가 큰 위성이 여럿 있지만 이들은 목성과 토성 등 자신들의 모행성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작다. 그런데 달은 지름이 자그마치 지구의 4분의 1이나 될 정도로 상대적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만약 목성에 이런 위성이 있었다면 해왕성보다도 많이 작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태양의 중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목성 안쪽의 행성들 중 그럴듯한 위성을 가진 것은 우리 지구뿐이다. 수성과 금성은 위성이 아예 없고, 화성은 지름이 몇㎞에 불과한 두 개의 바윗덩이를 거느리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달은 지름이 약 3500㎞나 돼서 화성 위성들은 말할 것도 없고 몇해 전까지도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이었고, 지금은 왜소행성이 된 명왕성보다 더 크다. 그런데 지구의 무게와 중력을 고려했을 때 우리 달의 크기는 고작 지름 수십㎞ 정도가 적당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럼 왜 지구는 이렇게 이상하리만치 거대한 달을 갖게 된 걸까. 그 비밀은 달이 생겨나게 된 과정에 숨어 있다. 약 46억년 전, 태양계는 생성의 파괴적 혼돈에 휩싸여 있었다. 태양을 중심으로 많은 성간물질들이 뭉쳤다가 흩어지면서 덩어리를 형성하고, 때로는 궤도가 겹치면서 충돌해 또 새로운 덩어리로 만들어지던 당시의 태양계는 지금의 안정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불타는 세상이었다.
그러던 중 화성만한 크기였던 초기 행성 ‘티아’가 그만 지구에 너무 가깝게 접근했고, 결국은 파국적 충돌을 일으키고 말았다. 그 엄청난 충격으로 티아와 지구의 상당 부분이 파괴되면서 물질들이 합쳐지고 또 우주 속으로 뜯겨 나가게 된다. 그렇게 흩어진 잔해들은 지구의 중력에 다시 묶여 돌게 됐는데, 이 잔해들이 오랜 세월 지구를 공전하면서 다시 뭉쳐 천체를 형성해간 것이 바로 우리의 달이다. 이런 특별한 탄생의 드라마가 있었기에 다른 위성들과 비교해 월등한 몸집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달은 실은 지구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이나 다름없다.
달의 크기와 관련해서 더 신비한 점은 기묘한 우주적 우연으로 지구상에서 달의 크기가 태양과 거의 같아 보인다는 사실이다. 물론 태양의 지름은 달에 비해 400배나 커서, 달이 손톱만한 크기라면 태양은 지름 4m의 거대한 공에 해당한다. 하지만 동시에 태양은 달에 비해 거의 정확히 400배 더 멀리 떨어져 있다. 이런 이유로 지구에서 보는 크기, 즉 시지름은 달과 태양이 약 31분으로 거의 일치하게 되는데,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려버리는 개기일식이 지구상에서만 관측 가능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태양계 내 160개가 넘는 위성들 중 모행성과 이런 관계에 있는 경우는 하나도 없고, 우리가 속한 은하 전체를 통틀어도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동일한 겉보기크기 덕에 우리 인간의 심리 속에서 달은 태양과 동등한 상징적 무게를 지닌 채 어둠과 밤을 주재하는 존재로 인식되어 왔고, 이집트나 그리스 등의 신화는 물론 우리에게 익숙한 동양적 세계관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음과 양을 서로 균형을 이루는 힘으로 인식하고 그 조화를 통해 우주 만물의 생성과 소멸을 해석하는 독특한 철학은 우리가 바윗덩어리만한 위성 둘을 거느린 화성에 살았다면 생겨날 수 없었을 것이다.
지름이 지구 4분의 1
유례없이 거대한 위성
자전과 공전 주기 같아
항상 앞면만 볼 수 있어
1959년에 처음 뒷면 관측
지구에서 올려다보면
태양과 똑같은 크기
음양의 동양 세계관과
문화 예술에도 큰 영향
인간이 발 디딘 첫 천체
매년 4㎝씩 멀어지는 달
이런 달도 언제나 지금의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티아와의 충돌로 만들어진 이래 달은 조금씩 지구에서 멀어졌고 지금 이 순간도 매년 4㎝씩 지구로부터 떠나가고 있다. 인류 문명이 유지된 기간 동안 알아볼 정도의 차이는 아니지만, 공룡이 보던 달은 지금보다 훨씬 컸다.
한가위 보름달은 휘황할 정도로 환하지만, 달은 해와는 달리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돌덩어리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은색 달빛은 모두 반사된 햇빛인데, 해와 달이 서로 정반대에 있고 지구가 그 가운데에 일직선상에 있을 때 한가위 달 같은 보름달이 만들어진다. 반면 지구와 90도를 이루면 반달이 되고, 달이 태양 쪽으로 있어 반사된 면이 아예 보이지 않으면 그믐달이 되어 사라진다. 이 사이클이 대략 29.5일에 한 번씩 반복된다.
그런데 이와는 다른 의미에서 달에는 우리가 절대 볼 수 없는 곳이 있다. 바로 뒷면이다. 달은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같기 때문에 지구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따라서 우리는 토끼가 방아를 찧는 모습이 새겨진 한 면만을 늘 본다. 그래서 인류가 달의 뒷모습을 처음으로 본 것은 1959년 소련의 무인탐사선 루나 3호가 달의 궤도를 돌며 첫 사진을 보냈을 때에 이르러서였다. 까마득한 옛날 지구에 박테리아가 처음 나타난 이래로, 지구에 사는 생명체가 달의 뒷면을 한 번 보는 데 장장 35억년이나 걸린 셈이다.
달의 뒷면이 가진 이런 신비함과 은밀함 때문에 자칭 유에프오(UFO) 접촉자인 조지 아담스키는 달의 뒷면에 풀이 자라고 외계인이 거주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고, 1970년대 영국의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는 앨범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The Dark Side of the Moon)을 통해 인간 심리와 사회의 그늘진 면을 달의 뒷면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듭된 유무인 탐사선의 조사로 달의 앞면과 뒷면 모두 정확한 지도가 작성돼 있고, ‘구글 문’ 서비스를 통해 일반인도 접근이 가능하다.
달의 뒷면 모습이 밝혀진 이래, 주로 평평하고 낮은 앞면과 평균 고도가 높고 험한 산이 있는 뒷면의 지형이 왜 그리 다른지에 대해 많은 연구가 있었다. 현재 유력시되는 학설 중 하나는 티아와 지구의 충돌로 인해 지금 달 지름의 3분의 1쯤 되는 작은 달이 하나 더 만들어졌고, 이 두 달이 비슷한 궤도를 돌며 긴 세월 동안 천천히 합쳐졌다는 것이다. 마치 치즈 두 장을 문질러 하나로 만들듯 앞면 쪽에서 크고 작은 두 달이 눌러져 하나가 됐기 때문에 앞면은 평평한 상태가 됐다는 말이다. 이 학설은 아직 더 구체적인 증거 수집과 연구가 필요하지만, 지구와 다른 행성의 충돌로 만들어진 두 개의 달, 그리고 그 두 개의 달이 다시 뭉쳐지는 과정이 연상시키는 스케일과 드라마는 가히 환상적이다.
그리고 우리가 달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 하나 있다. 바로 끈질기게 살아남아 회자되는 달 착륙 음모론이 그것이다. 미국의 메이저 케이블 방송사인 <폭스 티브이>를 비롯해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들, 그리고 그에 영향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인류가 실은 달에 가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근거 없는 낭설일 뿐이다.
중요하게 지적되는 ‘음모’의 증거 몇 가지를 반박해보자. 공기가 없는 달에서 성조기가 나부끼는 듯 보이는 이유는 그렇게 보이도록 위쪽으로 금속 바를 달았기 때문이다. 이는 사진을 조금만 자세히 보면 한눈에 드러난다. 또 달에서 찍은 사진들의 배경에 별이 없는 이유는 사람과 사물을 제대로 찍기 위해 카메라의 노출을 줄였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도 밤에 인물사진을 찍으면 배경으로 별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점, 많은 이들이 매일같이 경험하고 있다. 광원이 태양 하나뿐이어야 하는 달에 여러 방향의 그림자가 나타나는 문제도 지형적인 높낮이와 굴곡을 통해 얼마든지 설명이 가능하다. 소위 음모의 증거라는 것이 이렇게 쉽게 반박될 수 있는데도 의심이 끊이지 않는 점은 신기할 정도다.
특히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사실은, 인류가 달에 간 것이 아폴로 11호 한 번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폴로 11호부터 17호까지 총 7번의 시도가 있었고 고장으로 착륙하지 못한 13호 외에 6번의 달 착륙이 실제로 행해졌으며, 그 결과 12명의 우주인이 달 표면을 밟았다. 만약 아폴로호 달 착륙의 실체가 음모론자들의 주장처럼 네바다주 세트장에서의 촬영이었다면, 그런 조작을 굳이 예닐곱번이나 반복할 아무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달 착륙 음모론에도 나름의 논리적, 심리적 배경이 없지는 않다. 1961년 5월25일 당시 미국 대통령 존 에프 케네디가 미 의회에서 10년 안에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는 선언을 한 이후, 달 착륙은 미국의 위신이 걸린 전 세계와의 약속이 되고 말았다. 당시 미국은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최초의 우주여행 생물, 최초의 우주인 등 우주 경쟁의 모든 면에서 소련에 뒤처져 있었고 잦은 실패로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상태였다. 인간의 달 착륙을 지상목표로 삼은 아폴로 계획은 그런 상황을 일거에 역전시킬 수 있는 빅카드였던 것이다.
아폴로 11호의 파일럿인 버즈 올드린이 달 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닐 암스트롱이 찍었다. 나사(NASA) 제공 |
‘달 착륙 음모론’ 근거 없다
이렇게 냉전체제 아래서 자존심 경쟁의 의미가 있었던 만큼 당시 아폴로 계획을 수행하던 미 항공우주국의 예산은 미국 내 총생산의 4%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였고, 수많은 고급인력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잦은 사고는 물론 인명의 희생도 감수하는 전쟁 같은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만약 정해진 기간 안에 달 착륙이 불가능할 경우 조작을 통해서라도 승리를 선언하는 무리수를 둘 수 있다는 의심이 가능하다. 그리고 지름 60㎝도 되지 않는 금속 공일 뿐이던 스푸트니크 1호가 지구 궤도를 비행한 지 불과 12년밖에 지나지 않은 1969년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사람 3명을 달에 보내고 귀환시킨다는 일이 과연 가능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그리 부당한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주선에서 쓸 만한 컴퓨터조차 없던 45년 전 옛날에 어떻게 그런 일이 실현됐을까. 그 비밀은 달이 생각보다도 우리에게 아주 가깝게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달은 밤하늘을 바라보는 인간에게는 태양이나 직녀성, 안드로메다은하와 마찬가지로 신비한 천상의 존재지만, 실은 지구 둘레의 10배 정도 거리만 여행하면 도달할 수 있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렇게, 생성 때부터 달은 우주의 심연 저편보다는 도리어 지구에 더 속해 있는 존재다.
그래서, 오래전 지구 반대편을 찾아 떠났던 마젤란이나 콜럼버스처럼 인류가 달에 가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어쩌면 첨단의 과학기술보다 과감함과 용기였을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비록 상상 속의 토끼는 사라졌더라도, 그 도전 덕분에 우리는 그보다 더 깊은 경이감과 명징한 과학적 진실의 빛 속에서 인간의 발자국이 남아 있는 한가위의 보름달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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