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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젊은이여, 결코 희망 뺏기지 말라" (중앙일보 2014.08.16 02:14)

프란치스코 교황 "젊은이여, 결코 희망 뺏기지 말라"

교황,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물질주의 유혹과 싸우고 죽음의 문화 배척하기를"

 

아시아 청년들 만난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에 참가했다. 한국 대표 박지선씨가 분단국가인 한국에 대한 생각을 묻자 교황은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닌 우리가 언제나 한 가족인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이 홍콩 대표 지오반니(왼쪽 둘째), 박지선씨(오른쪽 둘째), 캄보디아 대표 스마이(오른쪽)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통역을 맡은 예수회 한국 관구장 정제천 신부. [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현대사회의 물질주의 풍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한 자리에서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30여 명도 참석했다. 미사 직전 유가족이 건네준 노란 리본이 교황의 왼쪽 가슴에 달려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고 말했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회개’와 ‘관심’을 제안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새롭게 회개해야 하고,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하고 궁핍한 이와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교황은 이어서 젊은이를 걱정했다. “ 오늘날 우리 곁에 있는 젊은이들이 기쁨과 확신을 찾고, 결코 희망을 빼앗기지 않기를 바란다.” 젊은이들을 둘러보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희망’이라는 말에 방점을 찍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소 자본주의의 탐욕과 빈부의 양극화를 비판해 왔다. 교황이 추기경이던 시절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아르헨티나의 문한림 주교는 “교황님의 이런 메시지 밑에 흐르는 것은 남미 해방신학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휴머니티이자 그리스도의 사랑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을 거부하기를 빈다. 생명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인간을 뜻함)을 경시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빈다”고도 했다.

 이 같은 언급에 대해 한국을 찾은 바티칸 출입기자들은 “수위가 높은 발언”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톨릭 매체인 CIC의 요하네스 쉬델코 기자는 “교황이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드는 현대의 경제에 비판적 시각을 가졌고 ‘죽음의 문화’란 표현을 자주 쓴다”며 “그렇지만 맞서 싸우거나 거부하란 표현은 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인 현실이 10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는 설명을 듣자 미국의 가톨릭 전문 통신사 겸 방송사인 CNA·EWTN의 뉴스 프로듀서인 앤디 홀든은 “이제야 교황의 발언이 이해가 된다”며 “교황이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아 만난 교황 "노래로 사람들에게 용기·희망 전하라"

 (중앙일보 2014.08.16 02:00)

아시아 청년 대표 19명과 오찬
호박죽·볶음밥 등 놓고 마주 앉아
신앙의 힘으로 거식증 극복 20대
"내년 유럽여행 … 점심 사주세요"

 

15일 대전가톨릭대 구내식당에서 가수 보아가 교황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보아는 세례명이 끼아라인 가톨릭 신자다. 미리 잡혀 있던 콘서트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 천주교 대전교구]

방한기간 중 교황의 첫 외식 상대는 아시아청년대회(AYD)에 온 각국 젊은이들이었다. 외식 장소도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라 대학 구내식당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오후 1시30분쯤 대전가톨릭대 구내식당에서 한류 스타 ‘보아’와 한국 청년 대표, 아시아 17개국 청년 대표 등 19명의 젊은이와 마주 앉았다.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도 함께했다.

 교황의 젊은이 사랑은 각별하다. 14일 교황 공식 트위터에 “성 요한 바오로 2세님, 저희 그리고 특별히 젊은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라고 한글로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안개와 강풍 때문에 준비된 헬기 대신 KTX를 타고 대전을 향했다. 오찬은 예정시간보다 30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식사는 오후 3시까지 1시간30분 동안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교황과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교황이 식사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청년들로부터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가족을 위한 기도를 요청한 청년을 위해서는 직접 기도를 했다. 교황은 청년 대표들의 소개말을 경청했고,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 달라는 요청에도 일일이 응했다.

 보아(세례명 끼아라)는 AYD 홍보대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미리 예정된 콘서트 일정 때문에 홍보대사를 맡기 어려웠지만 “보아의 자리가 크다”는 AYD 준비위원회 운영본부장인 박진홍 신부의 문자메시지에 마음이 움직였다. 점심 자리에서 교황은 보아에게 “세상의 흐름을 벗어나서 앞으로 나가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과 셀카도 잔뜩 찍었던 보아는 콘서트장에서 “오늘은 굉장히 뜻깊은 날이다. 교황께서 나의 노래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해 달라고 말씀하셨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자리에 한국 대표로 참석한 박찬혜(23·여)씨는 고교 졸업 당시 키 1m53㎝에 27㎏밖에 나가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거식증에 시달렸다. 하지만 2011년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하기를 다짐하면서 건강을 되찾았다. 현재 미국 워싱턴주립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그는 교황에게 “내년에 유럽 여행을 갈 건데 로마에서 점심 한 끼 사 줄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교황은 “유럽을 방문하면 일반인 알현이 가능한 수요일에 와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자”고 답했다. 홍콩에서 온 수엔 카포(22·여)는 “교황께 ‘사랑한다’고 말했더니 교황이 ‘나도 사랑한다’며 쓰다듬어 주셨다. 청년들이 그의 친절함과 소탈함에 모두 놀랐다”고 말했다.

 식사 메뉴는 호박죽과 서너 가지 부침개, 프로슈토(이탈리아 전통 햄)를 얹은 연어와 잡채 등이었다. 청년들을 위한 메뉴로 치킨과 소시지, 볶음밥이 제공됐다. 이탈리아의 전통빵 치아바타와 디저트인 초콜릿 케이크와 티라미수 케이크는 대전 빵집인 성심당이 제공했다. 교황은 디저트를 깨끗이 비웠다. 식기는 천주교 대전교구에서 사용하고 있던 것들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교황 광화문 시복식 집전 이모저모

 (중앙일보 2014.08.1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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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벽 내 유일한 마실거리 '물'

시복미사를 진행하는 중 경호벽 내에서 유일하게 마실거리는 '물'이었다. 외부에서 가져온 물은 경호상 반입이 금지된 탓이다. 이날 교황방한준비위원회(방준위)와 가톨릭사회복지회, 음료업체가 공동으로 준비한 생수는 350㎖ 12만병이었다.

업체 측은 이날 지급할 생수의 사전 샘플을 청와대 경호실 시검팀에 제출해 사전 검사를 받았다. 이날 현장에 들여온 물도 미리 검사를 받은 것들이다.

시복식 장소에 앉아 있는 시민들에게 직접 물병을 옮겨 나눠줬다. 물은 교황 퍼레이드가 완전히 끝난 구역부터 지급됐다. 패트병을 던지는 등의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전창련 하이트진로음료 유통지점 지점장은 "교황이 우리나라에 오신다고 해서 5월에 방준위에 식수를 공급하겠다고 요청했다"며 "이날 22만명이 마시고도 남을 양의 물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시복식 장소에는 급수대 12곳도 설치됐다.

○…개신교 신자들 소란 피우다 쫓겨나

이날 오후 1시15분께 서울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개신교 신자 2명이 "예수님은 신이다. 마리아는 사람이다"라는 등의 발언을 하며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의해 제지됐다.

경찰 관계자는 "언쟁이 오간 정도로, 물리적 마찰은 없어 돌려보냈다"고 전했다.

○…시복미사 현장서 성추행·소매치기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전 9시45분께 광화문 시복 미사를 보고 있던 40대와 20대 여성 두 명에게 신체 은밀한 부위를 밀착시킨 윤모(45)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남성은 피해 여성과 승강이를 벌이던 중 현장에 있던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또 행사장에서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다는 신고 1건을 접수해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범인의 행방을 쫓고 있다.

○…수십만 명 동시에 "평화를 빕니다"

가톨릭 미사에서 평화예식을 할 때 모든 신자들은 "평화를 빕니다"라고 말하며 주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 하느님의 평화가 많은 사람과 함께하기를 기도하는 의식이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는 17만5000여 명의 신자가 다같이 인사를 나누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S구역에 앉은 군종교구 소속 군인과 장애인, 비장애인 신자들은 왼쪽과 오른쪽, 앞과 뒤로 인사를 나눴다. 바로 옆 기자석에 앉은 외신 기자들도 멋쩍게 미소 짓다가 신자들과 악수했다.

○…시복식 인파에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아찔'

이날 오전 5시20분께 서울 종로구 낙원동 종로3가역 지하철 5호선 지하 2층에서 1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순간 역주행했다.

당시 에스컬레이터에는 시복식에 참석하려는 시민들로 가득했으나, 시민 중 한 명이 재빨리 정지버튼을 눌러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경찰과 서울시도시철도공사는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하면서 과부하가 걸린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시복식 참석 신도들 태운 버스 교통사고

이날 오전 4시15분께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순교자 124위 시복미사에 참석하려던 강원도 철원성당 신도들이 탄 미니버스가 서울 강북구 도봉로 삼양입구 사거리 버스중앙차로에서 택시와 추돌했다.

신도들이 타고 있던 버스의 운전자가 신호를 위반하면서 발생한 사고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신도 24명 중 강모(55·여)씨 등 8명과 택시 운전기사 송모(66)씨, 택시에 타고 있던 40대 승객 A씨 등 10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경미한 부상이어서 간단한 치료만 받고 광화문 광장으로 곧장 이동했다.

 

 

광화문 시복식에서 복자(福者)에 오르는 124명 순교자는

(동아일보 2014-08-16 11:15:24)

 

16일 오전 광화문 시복식에서 복자로 추대되는 8명의 순교자들.(왼쪽부터 윤지충 바오로, 주문모 야고보 신부, 강완숙 골룸바, 유중철 요한. 황일광 시몬, 이순이 루갈다, 이시임 안나, 이성례 마리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제공)©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집전하는 시복미사에서 복자(福者)로 추대되는 124명의 순교자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박해인 1791년 신해박해부터 1866년 병인박해까지 죽음으로 신앙을 지킨 1세대 천주교 신자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으로 추대된 103위에 앞서 처형당했던 초기 순교자들이다.

시간순으로는 1801년 신유박해 이전 순교자가 14위이고 신유박해 53위, 1839년 기해박해 37위, 1866~1888년 병인박해 20위이다.

지역별로는 한양(서울)이 38위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상도 29위, 전라도 24위, 충청도 18위, 경기도 12위, 강원도 3위 등의 순이었다.

시복은 가톨릭교회가 공경의 대상으로 공식 선포하는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 복자(남성)가 100명, 복녀(여성)가 24명 탄생한다. 복자와 복녀는 성인(聖人)의 바로 전 단계다.

이들이 1984년 성인에 오른 사람들보다 일찍 순교했지만 뒤늦게 복자로 추대되는 것은 우리 천주교사의 부실한 기록 때문이다.

이번 복자에는 한국의 첫 천주교 순교자인 윤지충(바오로)과 중국인 신부 주문모(야고보), 실학자 정약용 형 정약종(아우구스티노) 등이 포함돼 있다. 주문모 신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평신도다.

124위 대표 순교자는 정조 15년 신해박해 때 첫 순교자가 된 윤지충(1759∼1791)이다.

그는 고종사촌 정약용을 통해 신앙을 접한 뒤 집안에 있던 신주를 불사르고 어머니의 장례를 천주교 예절에 따라 치른 일명 '진산 사건'의 당사자다. 조정에서 이를 알고 체포령을 내리자 자수해 전주 남문 밖에서 참수형을 당했다.

정약용 셋째형인 정약종(1760~1801)은 형 약전에게서 교리를 배우고 가톨릭에 입교한 뒤 한글 교리서 '주교요지' 2권을 집필했다. 평신도 단체 '명도회' 초대회장을 지내다 1801년 참수형으로 순교했다.

중국인 주문모(1752∼1801) 신부는 조선에 파견된 첫 선교 사제다. 그는 조선인으로 변장한 뒤 1794년 입국해 한국 교회 첫 여성 회장이었던 강완숙(골룸바)의 집에 숨어 지내면서 최초 미사를 봉헌했다.

그가 입국해 선교한 지 6년 만에 조선의 신자 수가 1만 명으로 불었다. 신유박해 때 채포돼 새남터에서 효수형에 처해졌다.

강완숙은 여성 평신도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입교 후 충청도 내포에서 한양으로 옮겨 주 신부를 도와 여성 회장으로 활동했다. 자신의 집을 주 신부의 피신처이자 집회 장소로 제공했다가 붙잡힌 뒤 서소문에서 참수됐다.

전라도의 첫 신자 유항검(1756∼1801)은 1784년 한국 천주교회 창설 직후 세례를 받아 전라도 최초의 신자가 됐다. 전라도 교회의 우두머리로 지목됐으나 끝내 자백하지 않고 처형됐다.

 

 

교황 "순교자들의 유산, 사회 화합에 영감"

 (뉴시스 2014.08.16 10:32)

 

 "오늘은 모든 한국인에게 큰 기쁨의 날입니다.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그 동료 순교자들이 남긴 유산, 곧 진리를 찾는 올곧은 마음, 그들이 신봉하고자 선택한 종교의 고귀한 원칙들에 대한 충실성, 그리고 그들이 증언한 애덕과 모든 이를 향한 연대성, 이 모든 것이 이제 한국인들에게 그 풍요로운 역사의 한 장이 됐습니다."

프란치스코(78) 교황은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전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 강론에서 "순교자들의 유산은 선의를 지닌 모든 형제자매들이 더욱 정의롭고 자유로우며 화해를 이루는 사회를 위해 서로 화합해 일하도록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나라와 온 세계에서 평화를 위해, 그리고 진정한 인간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성경의 로마서 8장35절 말씀으로 강론을 시작 교황은 "성 바오로는 이 구절을 통해, 예수님을 믿는 우리 신앙의 영광에 대해 말한다"면서 "그 신앙의 영광은, 그리스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어 하늘에 오르셨을 뿐만 아니라, 우리를 당신과 결합시키시어 당신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게 하셨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스도께서는 승리하셨고, 그분의 승리는 또한 우리의 승리입니다."

"오늘 우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안에서 이뤄진 이러한 승리를 경축한다"면서 "이제 그분들의 이름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의 이름 옆에 나란히 함께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조금 전에 저는 그분들에게 공경을 드렸습니다. 이 순교자들은 모두 그리스도를 위하여 살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죽었습니다"라면서 "그리고 지금 그들은 환희와 영광 속에서 그리스도의 다스림에 함께 참여합니다"라고 전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드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그 무엇보다도 위대한 승리를 우리에게 선사하셨음을, 순교자들은 성 바오로와 함께 증언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로마서 8장38절부터 39절까지 말씀인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를 인용하면서 "순교자들의 승리, 곧 하느님 사랑의 힘에 대한 그들의 증언은 오늘날 한국 땅에서, 교회 안에서 계속 열매를 맺는다"고 했다.

한국 교회는 순교자들의 희생으로 이처럼 성장하게 됐다고 여겼다. "복자 바오로와 그 동료들을 오늘 기념해 경축하는 것은 한국 교회의 여명기, 바로 그 첫 순간들로 돌아가는 기회를 우리에게 준다"면서 "이는 한국의 천주교인 여러분이 모두 하느님께서 이 땅에 이룩하신 위대한 일들을 기억하며, 여러분의 선조들에게서 물려받은 신앙과 애덕의 유산을 보화로 잘 간직하여 지켜나가라"고 촉구했다.

한국 땅에 닿게 된 그리스도교 신앙은 선교사들을 통해 전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민족, 그들의 마음과 정신을 통해 이 땅에 그리스도교 신앙이 들어오게 됐다"고 짚었다. "지적 호기심과 종교적 진리의 탐구를 통해 촉발됐다"면서 "복음과 처음으로 만난 한국의 첫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께 자신의 마음을 열게 됐다"는 것이다.

이날 복음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고 판단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께 진리로 우리를 거룩하게 해 주시기를, 그리고 세상에서 우리를 지켜주시기를 간청한다"면서 "그 무엇보다도, 예수님께서 아버지께 우리를 거룩하게 해 주시고 지켜 주시기를 간청할 때, 아버지께서 우리를 세상 밖으로 데리고 나가시기를 청하지 않으셨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고 전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을 세상으로 파견하시어 세상 안에서 거룩함과 진리의 누룩, 즉 땅의 소금과 세상의 빛이 되게 하셨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순교자들이 우리에게 가야 할 길을 제시합니다."

순교자들은 모범으로, 신앙생활에서 애덕의 중요성에 관한 가르침을 우리에게 준다. "그것은 그리스도에 대한 그들 증언의 순수성이었고, 세례 받은 모든 이가 동등한 존엄성을 지녔음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그리고 마침내 당대의 엄격한 사회 구조에 맞서는 형제적 삶을 이루도록 그들을 인도했다"고 말했다. "이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이중 계명을 분리하는 데 대한 그들의 거부였다"면서 "그리해서 그들은 형제들의 필요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게 됐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막대한 부요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들 안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순교자들의 모범은 많은 것을 일깨워 줍니다. 이러한 속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어려움에 처한 형제자매들에게 뻗치는 도움의 손길로써 당신을 사랑하고 섬기라고 요구하시며, 그렇게 계속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순교자들의 모범을 따르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여 믿는다면, 우리는 순교자들이 죽음에 이르도록 간직했던 그 숭고한 자유와 기쁨이 무엇인지 마침내 깨닫게 될 것이라는 것이 교황의 판단이다.

"나아가, 우리는 오늘의 이 경축을 통해 이 나라와 온 세계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무명 순교자들을 마음에 품고 기리고자 한다"면서 "특별히 지난 마지막 세기에, 그리스도를 위해 목숨을 바쳤거나 그분의 이름 때문에 모진 박해 속에서 고통을 받아야만 했던 이름 없는 순교자들을 기리며 기억합니다"고 전했다.

이날은 모든 한국인에게 큰 기쁨의 날이라고 했다. "윤지충 바오로와 그 동료 순교자들이 남긴 유산, 곧 진리를 찾는 올곧은 마음, 그들이 신봉하고자 선택한 종교의 고귀한 원칙들에 대한 충실성, 그리고 그들이 증언한 애덕과 모든 이를 향한 연대성, 이 모든 것이 이제 한국인들에게 그 풍요로운 역사의 한 장이 됐다"는 것이다.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전구와 더불어 모든 한국 순교자들의 기도를 통해 우리가 온갖 좋은 일과 믿음 안에서, 또 한결같이 거룩하고 순수한 마음과 사도적 열정 안에서 항구함의 은총을 받아, 사랑하는 이 나라에서부터 아시아 전역을 거쳐 마침내 땅끝에 이르기까지 예수님을 증언하게 되기를 빕니다"라면서 강론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