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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분야/우리 경제

10억 가진 78% "난 부자 아냐" (한국일보 2014.07.12 09:11:08)

10억 가진 78% "난 부자 아냐"

100억 이상 보유, 1회 200만 원 이상 쓸 수 있어야 부자
부자들, 삶의 질 중시해 의류·잡화·취미생활 소비 가장 커

 

우리나라에서는 얼마가 있어야 부자라고 생각될까.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들의 78%는 "자신은 부자가 아니다"고 답했다. 적어도 금융자산만 100억원 이상은 갖고 있어야 부자라는 주장이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11일 발표한 2014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부자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금융자산을 100억 이상 보유하고 품위 유지를 위해 한 번에 200만~300만 원을 거침없이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사 대상은 국내 10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600명이다.

KB의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내국인은 총 16만 7,00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미화 100만 달러, 약 10억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개인'은 부자로 칭한다. 2014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보고서 기준에는 10억원 이상 자산 보유가가 세계적으로 1,630만 가구에 달한다고 나와 있다. 따라서 이 기준에 맞춘다면 전 세계 부자 100명 중 1명은 한국에 있는 셈이다.

한국 부자의 재산 원천은 부동산이었다. 현재까지 자산을 모은 주된 방법은 사업체 운영(32.5%), 부동산 투자(25.8%), 부모의 증여·상속(25.5%) 순이었다. 또 총자산의 구성을 보면 부동산 자산이 54.1%로 절반을 넘었으며 재산증식 방식으로도 부동산 투자 의향(67%)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들 부자는 그 돈을 어디에 쓸까. 한국 부자들은 연평균 3억 1,000만 원을 벌어 월평균 1,022만 원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 발표한 일반도시 가구의 2013년 평균 소득 5,000만 원의 6배며 월평균 지출 251만 원의 4배 수준이다. 일반도시 가구의 지출은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등의 필수 소비재 비중이 가장 높은 반면 부자들은 삶의 질을 중시해 주로 의류ㆍ잡화(18.4%)나 여가ㆍ취미(16.2%) 등의 지출 비중이 컸다.

교육비 지출도 컸다. 학교에 다니는 자식이 있는 부자는 월 평균 329만 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또한 연소득이 3억 원 이상인 상위그룹(19.3%)이 연소득 1억 5,000만 원 이하인 하위그룹(12.7%)보다 지출 비중이 커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 교육비를 더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에서는 그동안 역사적으로 록펠러에서부터 빌 게이츠까지 많은 부자들 자선재단 등을 만들어 교육이나 사회복지, 빈곤타파 등을 위해 노력사회 공헌 활동에 참여하는 반면 한국 부자들의 기부 비율은 부족했다. 지난해 한국의 부자 중 기부를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35.3%로 3명 중 2명은 자신의 부를 사회에 나누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자발적인 마음이 우러나지 않는다’는 응답이 50.7%로 가장 많았다. 사회공헌 단체에 대한 불신(23.8%)이나 세금공제 등 정책부족(8.5%) 등도 원인으로 꼽았다.

다만 기부 경험이 있는 부자들은 해마다 기부금액을 늘려가고 있었다. 이들의 지난해 평균 기부액은 1,475만 원으로, 지난해(1,323만 원)보다 9.8% 증가했고 일반인(21만 원)보다도 70배 많은 수준이다.KB금융 경영연구소는 “최근 기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퍼지면서 부자들 사이에 기부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추세"라며 "부자들의 기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