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권력과 얼굴] 네덜란드 '오렌지 군단'의 색깔독립 이끈 '오라녜公' 뜻한다는데…
스페인 폭정 맞서 新·舊敎 통합군주에 저항하며 國父로 떠올라 현재 國王도 오라녜 가문 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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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안 토마스 키의 1580년 작 ‘오라녜공 빌럼의 초상화’. /이진숙 제공
"우리는 오라녜 공 빌럼을 원한다."
16세기 네덜란드인들은 위기의 순간마다 이렇게 외쳤다. 오라녜 공 빌럼(Willem van Oranje·1533~1584)은 네덜란드 독립운동의 상징이며, 네덜란드의 국부(國父)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당시 네덜란드는 무적함대를 이끌며 유럽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스페인의 통치를 받고 있었다. 스페인은 강고한 가톨릭 수호국을 자임하며 네덜란드 신교도들을 탄압했다. 명분은 종교적 갈등이었으나, 실상은 가혹한 식민정책의 일환이었다. 스페인의 가혹한 조세정책은 큰 반발을 일으켰다. 네덜란드는 처음에는 북부의 신교도 주들과 남부의 가톨릭 주들로 나뉘어 스페인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네덜란드 귀족들은 종교적 명분에 얽매이는 것보다 국익을 택했고, 종교를 초월해서 힘을 모아 스페인의 폭정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아직 국민국가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1국가 1종교의 원칙을 고수하던 16세기 말, 네덜란드 귀족들의 실용적이고 애국적인 자세는 매우 예외적인 일이었다. 그 중심에는 오라녜 공 빌럼이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스페인 황제의 신임을 받았지만 스페인의 폭정에 마음이 돌아섰다. 마침내 1579년 위트레히트 동맹을 결성하고, 1581년 '철회령'을 선포함으로써 독립운동의 포문을 열었다. "군주가 신민을 어진 마음으로 통치하지 않는다면, 신민들은 군주의 폭압적 통치에 저항할 수 있다"는 내용의 철회령은 군주를 어버이처럼 섬기던 당시의 통념에서 훨씬 앞서 갔던 생각이다.
오라녜 공 빌럼이 끝까지 스페인의 편에 서 있었다면, 그 삶이 그다지 고되지 않았을 것이다. 스페인 정부는 그의 모든 기득권과 재산을 몰수하고, 목에 거액의 현상금을 걸었다. 결국 그는 1584년 현상금을 노린 청년에게 암살당했지만 그 죽음은 더욱 강력한 독립의 불씨가 되어 피어올랐다. 마침 과도한 팽창정책으로 일관하던 스페인은 영국에 결정적으로 패배했고 그 틈을 이용해 1588년 네덜란드는 독립을 선언한다.
오라녜 공 빌럼은 네덜란드가 독립된 자유 국가가 되는 동시에 종교적 갈등을 넘어선 통합된 국가가 되기를 바랐다. 반면 유럽의 여타 국가들은 종교개혁 이후 야기된 신교와 구교의 갈등으로 30년간의 종교전쟁(1618~1648)에 휘말렸다. 그러나 일찌감치 오라녜 공 빌럼의 뜻대로 국민적 화합과 공존의 기술을 터득하고 있었던 네덜란드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빨리 세계적인 무역 강국으로 부상하며 17세기의 황금기를 맞이하게 된다.
신교와 구교의 양립과 공존은 네덜란드를 다양성과 새로움이 싹틀 수 있는 건강한 문화적 토양으로 만들었다. 사상의 자유를 찾아 망명한 데카르트는 네덜란드에 머물며 그의 대표 저작을 출간한다. 스피노자, 렘브란트, 베르메르, 국제법의 창시자 그로티우스 등 네덜란드 문화인들이 17세기 서양문화사의 빛나는 한 시대를 만들어냈다.
네덜란드는 시민들의 권한이 강한 나라여서 지나치게 왕권이 강화되는 것을 견제하기는 했지만, 이후에도 네덜란드 국민은 국가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늘 오라녜 가문을 중심으로 뭉쳤고, 오라녜 가문의 후손들은 국민 앞에서 늘 솔선수범해왔다. 서민적인 풍모로 사랑받고 있는 현재의 네덜란드 국왕 빌럼 알렉산더르도 오라녜 가문의 후손이다. 네덜란드 국가는 오라녜 공 빌럼을 기리는 노래이다.
축구를 비롯한 여러 경기에서 우리는 네덜란드의 열광적인 응원팀, 오렌지 군단을 만날 수 있다. 오렌지색은 네덜란드의 국가색으로 오라녜 공 빌럼을 기리는 색이다. '오라녜(Oranje)'는 '오렌지(Orange)'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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