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 이대론 안 된다①]돈 까먹는 펀드..한숨 쉬는 고객
자산운용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 펀드에 투자하면 돈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까먹는 게 일반화됐다. 자산운용사는 실적 부진에 대해 "주식시장이 박스권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자산운용사는 투자 전문가다. 주식 시장 흐름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 주식 관련 펀드 판매를 최소화하거나 보수적 방향으로 운용하는 펀드를 만드는 게 옳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펀드를 만들어 놓고 수익 여부에 관계 없이 꼬박꼬박 보수만 떼 간다. 고객은 돈을 까먹어도 운용사나 판매사는 돈을 버는 구조다.
이러다보니 신뢰가 형성될 리가 없다. 펀드 판매 잔고가 불과 4년 사이에 60% 수준으로 격감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고객은 언제까지나 '봉'으로 남아 있지 않는다.
자산 운용시장이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주식시장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간접 투자가 활성화되야 기관 비중 확대를 통해 주식시장도 안정적 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
자산운용시장은 상품 개발에 대한 판매의 우위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 뉴시스 > 는 자산운용시장의 발전을 위해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점검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 편집자 주 >
# 내년 2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최모(30)씨는 요즘 걱정이 가득이다.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2년 전 3000만원을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지만 현재 20% 가량 손실이 났기 때문이다. 최씨는 "신혼여행 예약 등 당장 돈 들어갈 일이 산더미인데, 환매를 해야 할지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 직장인 박모(32·여)씨는 5년 전 우연히 은행에 들렀다가 좋은 상품이라며 펀드를 추천해준 창구 직원이 야속하기만 하다.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연 5% 수익률은 보장한다"는 말에 주저없이 600만원을 넣었지만 현재 원금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차리리 적금을 드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직접 투자자는 물론 전문가를 믿고 펀드에 간접 투자한 사람들조차 울상을 짓고 있다. 펀드 매니저에게 맡기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런 기대는 무참히 깨져 버렸다.
1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순자산이 300억원 이상인 운용사 39곳의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6.56%로 집계됐다.
운용사별로 살펴보면 순자산 기준 1위인 삼성자산운용은 상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9.2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신탁운용(-6.64%), 미래에셋자산운용(-8.78%), KB자산운용(-1.91%), 교보악사운용(-7.46%), 하나UBS자산운용(-8.91%) 등도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플러스 수익률을 달성한 운용사는 3곳에 불과했다. 신영자산운용이 5.78%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5.01%), 에셋플러스자산운용(4.3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펀드매니저는 "주식형 액티브 펀드의 경우 시장 흐름이 수익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하지만 최근 국내 시장이 변동성 없이 박스권에 갇히자 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을 내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펀드에서 발을 빼는 개인 투자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개인 투자자의 펀드 판매잔고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8년 말 182조원이었던 판매잔고는 ▲2009년 말 165조원 ▲2010년 말 132조원 ▲2011년 말 124조원 ▲2012년 말 114조원 등으로 계속 쪼그라드는 추세다. 판매 잔고가 불과 4년 사이에 40%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펀드 판매잔고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52% → 50% →43% → 44% → 38% 등으로 급감했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는 36%까지 떨어졌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정체된 영향뿐만 아니라 랩, ELS, DLS 등 경쟁상품의 출시로 수요가 분산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 때문에 일부 발빠른 운용사들은 해외상품 발굴을 통해 펀드시장 침체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지금 같은 상황에선 운용사들도 시장에 대한 판단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시장 전망에 따라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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