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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IT 첨단산업

[SW혁명의 외딴 섬, 한국] [1] 세계 1위 한국 造船, 주요 SW는 96% 수입… 조립만 1등인 셈 (조선일보 2013.08.01 04:07)

[SW혁명의 외딴 섬, 한국] [1] 세계 1위 한국 造船, 주요 SW는 96% 수입… 조립만 1등인 셈

자동차 SW 국산화율 5%… 현대차 핵심 제어장치는 獨·美·日 업체에 대부분 의존
"시장 창조할 SW 역량 부족, 갤럭시 이후 생각하면 캄캄"
삼성, SW 인력 5년새 3배로

 

지난 26일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 400만㎡(130만평)에 이르는 조선소 내에 드릴십(해저시추선), FPSO(부유식 원유저장처리설비) 등 해양플랜트 제조작업이 10군데서 벌어지고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과 함께 지난해 거둔 해양플랜트 수주액은 220억달러. 속을 뜯어보면 허울뿐인 수치다. 전기·기계·안전시스템 등 해양플랜트 기자재의 3분의 2를 유럽·미국 업체에서 사온다. 이 기자재를 움직이는 핵심 소프트웨어(SW) 수입률은 100%에 근접한다.

드릴십의 설계는 영국의 아베바(AVEVA)와 독일의 보캐드(bocad) 소프트웨어로 한다. 항해·정박 SW장치는 네덜란드의 CT시스템스(항해 정박용 시스템)와 미국 맥클라렌(Mclaren·운영체제) 것이다. 안전시스템은 영국의 허니웰 제품으로 구축한다. 주요 시스템의 국산 SW는 전무(全無)하다. 이것이 '조선(造船) 1위' 한국의 현주소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한상철 프로그램 디렉터는 "한국이 조선 1위라는 말은 냉정하게 말하면 쇳덩어리를 용접하고 조합하는 일에서 1등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제조업은 껍데기 전락 위기

한국은 2차대전 이후 후발 산업국으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조선·메모리반도체·LCD TV·휴대폰·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선진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거나 글로벌 강자로 부상한 국가다. 서구와 일본을 뒤쫓아 대규모 자본 투자, 뛰어난 공정 기술을 무기로 이룬 성과다. 하지만 더 이상의 도약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 전성기는 이미 '앙시앙 레짐(ancien regime·구체제)'이 돼가고 있다. 전자·자동차·조선 등 전통 제조업에 소프트웨어를 집어넣는 시대로 급변했다. 한국은 이에 대한 변화도, 대비도 부족하다.


	인도 북부의 공업도시 노이다에 있는 삼성전자 ‘노이다 연구소’에서 현지 여성 인력들이 스마트폰 오류 점검을 위한 테스트 작업을 하고 있다
인도 북부의 공업도시 노이다에 있는 삼성전자 ‘노이다 연구소’에서 현지 여성 인력들이 스마트폰 오류 점검을 위한 테스트 작업을 하고 있다. /노이다(인도)=박순찬 기자

현대차그룹이 작년 4월 차량용 반도체·전자제어 소프트웨어 전문회사 오트론(Autron)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정몽구 회장은 임원들을 모아놓고 "기계 쪽은 다 따라갔는데 전장(電裝, 전자·전기장치)이 문제다. 한국의 덴소(도요타의 전장 계열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 현대차는 엔진 등 핵심부품을 제어하는 CPU(중앙처리장치)와 내장 소프트웨어를 외국산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전장용 반도체는 독일 인피니온, 미국 프리스케일, 일본 르네사스에 거의 100% 의존한다. 반도체에 내장돼 있는 핵심 소프트웨어는 독일의 보쉬·콘티넨털이 강자다. 이 소프트웨어들의 소스 코드(프로그래밍 언어로 나타낸 설계도)는 해독이 불가능한 블랙박스 형태로 돼 있어서 베끼기도 불가능하다. 현대차 A협력사 기술상무는 "현대차가 소프트웨어 능력과 인력을 키우지 않으면 독일·일본차를 영원히 앞지르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SW 인력, 양과 질 모두 문제

"갤럭시 이후를 생각하면 앞이 캄캄합니다."

삼성그룹 핵심 경영자의 말이다. 그는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몰고 온 스마트폰 충격은 삼성에 큰 시련을 주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론 축복이었다"고 했다. 세계 휴대폰 시장이 기존의 피처폰으로 계속 갔다면 삼성전자는 이미 중국 휴대폰업체들에게 다 따라잡혔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나마 애플이 창조한 스마트폰 세상으로 한발 빠르게 따라 들어간 것이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하지만 '스마트폰 이후'가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낼 소프트웨어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피처폰 시대인 2008년 삼성의 SW 인력은 1만3000명(2008년)이었다. 이후 SW 인력을 급속히 충원하기 시작해 올해 갤럭시S4를 내놓을 땐 3만6000명으로 늘었다. 5년 만에 3배가 됐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SW 인력을 싹쓸이하듯 끌어모아도 갤럭시 하나를 진화시키는 것에도 힘이 부친다"며 "우리나라는 SW 인력의 양과 질이 모두 문제"라고 말했다.

LG전자는 3년 전 스마트폰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회사 존폐 위기론까지 거론됐었다. 이후 사내에 대대적으로 'SW 역량강화센터'를 만들고, 비수도권 공대까지 싹싹 돌면서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현준 인도연구소장은 "휴대폰 하나를 만드는 데 수천만 라인(line)의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프로그램 라인 수는 매년 수십%씩 증가한다"면서 "국내에서 배출되는 SW 인력으로는 도저히 충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제조업이 SW 혁명에서 얼마나 외딴 섬에 있느냐는 것은 정부(산업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하드웨어에 내장돼 있는 고부가가치 SW 국산화율에서 자동차 5%, 로봇 5%, 조선 4%, 국방 1%에 불과하다. 중공업 등 제조공정에 필요한 설계·3D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거의 100%를 수입하고 있다.

☞소프트웨어(software·SW)

컴퓨터 기계장치 같은 하드웨어를 작동하는 OS(운영체제) 등 고도의 알고리즘으로 이뤄진 제어프로그램.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AP(칩) 프로그램, 차량 탑재 ECU(전자제어장치) 등이 모두 소프트웨어다. 반도체에 내장돼 있어 전자·통신·항공·자동차 등 기계를 제어하는 임베디드(em bedded)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이다.

 

 

[SW혁명의 외딴 섬, 한국] [1] 소프트웨어로 달리는 자동차

 (조선일보 2013.08.01 01:15)

에쿠스 속엔 '컴퓨터' 47대·반도체 칩 1000개
A4 용지 400만장 분량의 소프트웨어로 구동

 

경기 성남시 분당구 현대오트론 본사 3층. '차량전자혁신 아키텍처 비전관'이란 긴 이름의 방에 들어서면 에쿠스 차량의 '속살'이 드러나 있다.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비밀 방'이다. 에쿠스를 강철로 만든 기계 구동장치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에쿠스 속에는 컴퓨터(ECU·전자제어장치) 47대와 반도체 칩 1000개가 들어 있다. 눈으로만 보면 칩이 있고, 3.6㎞가 넘는 배선(통신, 전기)과 커넥터가 보인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전기·전자장치를 구동하는 것은 '1270만 라인(줄)'으로 프로그래밍한 소프트웨어다. A4 용지로 400만장이 넘는 분량이다. 도요타의 자동차는 2015년 대당 1억 라인의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차의 소프트웨어 총사령탑인 현대 오트론 본사의 3층‘비밀 방’에 가면 속살을 드러낸 에쿠스가 전시돼 있다.
에쿠스 뜯어보니… - 현대차의 소프트웨어 총사령탑인 현대 오트론 본사의 3층‘비밀 방’에 가면 속살을 드러낸 에쿠스가 전시돼 있다. 운전자가 가장 원하는 첨단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차량 내부엔 컴퓨터(ECU·전자제어장치) 47대와 반도체 칩 1000개, 3.6㎞의 배선이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1270만 라인으로 프로그래밍한 소프트웨어가 장착돼 있다. 자동차의 심장은 이제 소프트웨어다. /허영한 기자

 

요즘 자동차의 출발과 정지를 구현하는 것은 소프트웨어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엔진에 붙은 센서가 공기량과 공기의 온도를 감지하고, 엔진의 냉각 수온도 알아낸다. 엔진의 회전속도와 배기가스 산소의 양도 감지해 낸다. 이를 바탕으로 연료분사기(인젝터)에 얼마만큼의 연료를 분사하라는 명령이 내려진다. 최적의 연료 분사량으로 운전자가 원하는 속도를 내게 하는 핵심 기술이 바로 소프트웨어에서 나온다.

2005년 10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가 미국과 일본에서 16만대 리콜됐었다. 경고등이 이유 없이 점등하고 차의 가솔린엔진이 고속주행 시 돌연 정지하는 심각한 결함이었다. 원인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결함이었다. 자동차 성능의 핵심이 소프트웨어로 변하고 있다. 30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이다.

현대오트론 박찬호 기획실장은 "더 똑똑한 차, 스스로 알아서 운전하는 차, 연비도 좋고 비용도 덜 드는 차가 향후 자동차 시장 승부를 결정한다"면서 "그 경쟁력은 전자장치이고 그걸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라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자동차 생산원가에서 전장(電裝)의 비중이 2004년 19%에서 2015년에는 4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SW혁명의 외딴 섬, 한국] [1] 美제조업체 GE, 佛중장비社(슈나이더)도 "살길은 SW혁명뿐"

 (조선일보  2013.08.01 03:03)

[세계 제조업체들 SW로 승부]

GE "하드웨어·SW 결합해 더 똑똑한 기계 만들어야 생존"… SW에 4년간 10억달러 투자
전통의 슈나이더社도 '승부수' 에너지관리 SW기업으로 변신… 9년 만에 매출액 2.7배 늘어

 

파리 근교 뤼에유말메종(Rueil-Malmaison)에 있는 세계 최대 에너지 관리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 본사 전시실. 세계지도가 그려진 대형 모니터에 이비스 호텔 30여 지점이 있는 지역이 표시돼 있었다. 1000㎞도 더 떨어진 스페인 마드리드 지점을 클릭하자 호텔 실내 온도와 전기 사용량이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붉은색 그래프로 표시된 온수 사용량은 전날보다 3% 늘었다는 걸 한눈에 보여줬다. 또 다른 메뉴를 클릭하니 호텔의 층별·시간대별 에너지 사용량이 그래프로 표시됐다. IT비즈니스 담당인 마이크 휴즈 부사장은 "우리 회사가 자체 생산한 에너지 제어 장비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우리가 만든 소프트웨어로 분석한다"고 말했다.

대표 제조기업들의 SW기업化 선언

183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원래 철강·기계·전기설비 등 중장비를 만들던 회사였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프랑스 정부에 군수품을 납품했다. 하지만 설립 166주년 되던 2002년 중장비 제조를 포기하고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한국으로 치면 현대중공업이 IT서비스 회사로 변신한 것이나 다름없다. 휴즈 부사장은 "기존 중공업 사업은 정체하거나 축소되는 성장의 벽에 부딪혀 있었다"며 "질적 도약과 생존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고 말했다.


	파리 근교 슈나이더 일렉트릭의‘에너지 혁신·전시센터(HIVE)’에서 엔지니어들과 IT부문 소속 직원들이 고객 기업의 에너지 사용 현황을 보며 새 프로그램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파리 근교 슈나이더 일렉트릭의‘에너지 혁신·전시센터(HIVE)’에서 엔지니어들과 IT부문 소속 직원들이 고객 기업의 에너지 사용 현황을 보며 새 프로그램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이성훈 특파원
슈나이더가 '에너지 관리(energy management)'라는 신시장 개척의 무기로 삼은 것은 소프트웨어였다. 스웨덴의 TAC, 미국의 안도버 콘트롤 등 소프트웨어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SW 역량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전기 설비에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솔루션을 시장에 내놓았다. 강고했던 '성장의 벽'은 그제야 무너졌다. 지난해 매출액은 239억유로로 2003년보다 2.7배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15%까지 치솟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산 라몬시(市) 카미노 라몬 거리에 자리 잡은 GE(제너럴 일렉트릭)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연구소. GE가 4년간 10억달러(1조1500억원)를 투자하겠다며 지난해 6월 2만㎡(약 6300여평) 규모로 문을 연 연구소다. 센터 건물 5층에서 만난 빌 루(Ruh) 센터장(부사장)은 "우리는 더 이상 제조업체가 아니다. 거대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 엔진·철도 차량·발전소 터빈·의료기기 제조로 세계시장을 지배한 '세계 1위 제조업체'의 혁명적인 변신 선언이다.

소프트웨어가 경쟁력인 시대

글로벌 대표 제조기업들이 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할까. 최신의 항공기·선박·자동차 등 제조업 제품은 겉보기엔 기계적 강철 덩어리이지만 알고 보면 복잡한 소프트웨어의 집합체이다. 항공기의 핵심 경쟁력은 더 적은 연료로, 더 멀리 날아가는 것이다. 날씨를 감지해서 연료 분사량과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전엔 강철심을 놓고 비행기 날개를 조절했지만 이젠 소프트웨어를 통해 전기신호로 한다. 이륙부터 착륙까지 전 과정에서 각종 외부 영향, 속도, 추력 등을 계산해 연료 소모량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시스템도 갖춘다. 이 모든 기능이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다. GE의 폴 라저 개발 총책임자는 "연료 분사 시점과 분량을 최적화해 연료 사용량을 1% 줄일 수 있는 SW를 만든다면 항공산업은 15년간 300억달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프로젝트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 하드웨어에 내장된 주요 소프트웨어 국산화율.
선박도 그냥 부력(浮力)을 갖춘 '쇳덩어리'가 아니다. 최근엔 육상에서도 항해 중인 선박의 엔진과 제어기, 각종 기관의 운항 정보를 위성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상 징후가 나오면 원격 진단과 제어도 한다. 여기서 나온 정보를 갖고 효율적인 운항 관리는 물론 선박 내 각종 기자재의 재고관리까지 할 수 있다. 앞으로의 제조업은 기존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결합할 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 곳곳에서 이미 SW 혁명이 한창이다. 시장조사기관인 VDC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는 시스템 개발 비용에서 SW가 차지하는 비중이 통신기기에서는 64.3%, 전투기 51.4%(F22는 80%) 의료기기 40.9%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GE 폴 라저 개발 총책임자는 "SW 혁명은 제조업 기반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제조업이 강한 한국은 SW 역량만 잘 갖춘다면 아주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빌 루 GE 소프트웨어센터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만나 좀 더 똑똑한 기계를 만들 것이다"며 "여기서 차별화되는 가치가 나오고, 일자리가 나오고, 성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SW혁명의 외딴 섬, 한국] [1] 한국, 선진국만큼 SW 활용하면 41조원 시장 생겨

 (조선일보 2013.08.01 01:40)

SW 활용도, 美·日·英의 절반

 

우리 소프트웨어의 활용도와 산업의 효율성을 선진국 수준으로만 끌어올려도 41조원 규모의 시장이 새로 생긴다.

대표적인 게 헬스케어 산업이다. 요즘 미국에선 고령자나 장애인 등이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원격 진료를 받게 하는 산업이 급부상 중이다. 홈헬스케어는 환자의 혈압·맥박·혈당 등 건강 정보를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병원으로 전송, 상시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IBM·인텔·HP·GE 등 글로벌 IT 기업도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2012년 미국 홈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약 112조원으로 추산되며, 이는 미국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의 약 27%에 해당한다. 반면 한국에선 홈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1조9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소프트웨어 시장의 9%에 불과하다.

한국은 세계 건설 시장에서 2010년 점유율 4.8%로 7위(한국건설경영협회)를 기록한 '건설업 강국'이다. 하지만 건설엔지니어링 수주 규모는 1.9%에 불과하다. 건설업의 SW 활용도가 낮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거의 모든 건설사와 설계사무소가 기획·설계·시공·유지의 전 주기에 걸쳐 시설물 정보를 3차원(3D)으로 관리하는 BIM(빌딩정보모델링)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BIM 시스템을 활용하는 우리 건설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산업 규모는 198억달러로 OECD 18개국 중 8위(2009년 기준)지만, 경쟁력 면에선 14위에 그쳤다. 특히 소프트웨어 활용도는 미국·일본·영국 등 3개국의 평균에 비해 49%에 불과했다. 김철 박사는 "소프트웨어 활용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기만 해도 31조9000억원, 효율성을 올리면 9조2000억원 등 관련 시장 규모가 41조1000억원 늘어난다"고 말했다.

 

 

SW(소프트웨어)인력 구하러 방글라데시까지 간다

 (조선일보  2013.08.01 01:06)

[SW혁명의 외딴 섬, 한국] [1]

모든 산업에서 SW 비중 갈수록 커지는데 人力 태부족
삼성·현대차·LG 연구인력, 2만명은 외국인으로 채워
전문가 "향후 5년간 전체 SW 인력 50만명 모자랄 것"

 


	소프트웨어 인력 현황.

 

이달 중순 인도 남서부 카르나타카주(州)에 있는 도시 벵갈루루(Bengaluru). 공항에서 차로 한 시간쯤 떨어진 삼성전자 소프트웨어(SW) 연구소 단지 내 공터엔 네 번째 연구동 신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12층짜리 연구소 건물에 들어서자 층마다 공대 출신 연구원들이 칸막이 친 책상에 빼곡히 앉아 컴퓨터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알록나스 데(De) CTO(최고기술책임자)는 "현재 3개 동에 SW 개발 인력 4500명이 있고 연말이면 5000명까지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곳만이 아니다. 델리에도 삼성전자 연구소가 두 곳 있고 각각 2800여명, 1700여명이 일한다. 삼성의 소프트웨어 일자리 9000여개가 인도로 가 있는 것이다.

삼성이 머나먼 이국 땅에 핵심 소프트웨어 단지를 세운 건 '생존' 차원의 절박함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제조에서는 세계 최강자 반열에 올랐지만 하드웨어를 지배하는 SW에서는 세계 일류와 거리가 멀다.

문제는 갈수록 하드웨어의 파워는 약해지고 소프트웨어가 시장을 지배한다는 점이다. 휴대폰·자동차·조선·항공·의료기기·통신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핵심 역할을 이젠 SW가 하고 있다.

전 산업 분야에서 '소프트웨어 혁명'이 진행 중인데도 한국에선 '혁명 전사(戰士)'가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수년간 삼성·현대차·LG 등 주요 대기업이 해외에서 구한 인력만 최소 2만여명이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전체 SW 인력은 3만6000명. 그중 절반에 가까운 1만6000명은 인도·우크라이나·에티오피아·캄보디아 등 61개국 외국인으로 채웠다. 재작년엔 1인당 국민소득 690달러에 불과한 방글라데시 다카까지 가서 연구소를 세웠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선 아무리 끌어모아도 도저히 해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삼성뿐 아니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최근 "2017년까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인력을 3000명까지 늘려라"고 지시했다. 2020년까지 자동차 기능 차별화의 90%는 전기·전자이며, 이 중 80%는 소프트웨어에서 결판이 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진다.

삼성경제연구소는 "SW 산업의 폭발적 성장세를 감안하면 향후 5년간 전체 SW 인력 50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적으로 준(準)비상사태나 다름없다.


 

 

[SW혁명의 외딴 섬, 한국] [1] 서울대·카이스트도 SW전공은 정원 못 채워

 (조선일보 2013.08.01 01:42)

전체 대학 SW 전공 졸업생, 5년 동안 해마다 줄어

 


	카이스트 전산학과 전공선택자 수 변화 그래프

 

대학 교육 현장에서 소프트웨어는 외면받는 분야다. 국내 유명 대학의 컴퓨터공학 등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는 정원조차 채우기가 버겁다. 한국 소프트웨어산업의 미래에 대해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카이스트에선 신입생들이 1학년 과정을 마치고 전공을 고른다. 2000년대 초반 IT 열풍이 불 때 전산학과는 전자공학의 인기를 넘었다. 2001년의 경우 전공 신청자 529명 중 129명이 전산학을 선택했다. 카이스트 학생 5명 중 1명이 소프트웨어를 전공한 셈이다. 하지만 IT 버블이 터지면서 소프트웨어 호시절은 다시 오지 않았다. 2012년에는 952명 중 52명에 그쳤다. 20명 중에 1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는 2010년까지 전기공학과와 함께 전기·컴퓨터공학부로 신입생을 모집한 후 2학년 진급할 때 전공을 고르게 했다. 2010년의 경우 전체 정원은 55명이었지만 지원한 학생은 45명. 10명이 미달됐다. 이 해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었다. 2006년부터 무려 5번이나 정원 미달이었다. 작년부터 과별 모집으로 전환했어도 큰 변화는 없다. 작년 1월 서울대 수시모집 최연소 합격자였던 16세 수험생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포기하고 연세대 치대에 진학하기도 했다.

전체 4년제 대학의 소프트웨어 전공 졸업생 수도 줄고 있다. 전산학·컴퓨터공학 등의 졸업생 수는 작년 1만7188명이었다. 2008년 1만9707명 이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줄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1700억원을 투자해 5년간 5만명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국 26개 대학과 SW 인재 양성을 위한 협약을 맺고 회사 측이원하는 전공과목을 개설한 대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SW혁명의 외딴 섬, 한국] [1] 오죽했으면… PC방 청년들을 SW인력으로 활용 주장도

 (조선일보 2013.08.01 01:17)

 

왜 지금 소프트웨어(SW)가 중요한가.

한국 경제는 그동안 소프트웨어 대신 하드웨어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경제성장을 일으켜 왔다.

최근 상황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휴대폰을 잘 만들어도 더 이상 큰돈을 벌기 힘들다. 중국·인도의 하드웨어 실력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데다 기술의 차별성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부가가치를 만들고, 성장을 하고, 일자리를 만들려면 이제라도 소프트웨어에 눈을 돌려야 하는 것이다.

고가(高價)의 휴대폰인 스마트폰 시장을 열어준 것은 다름 아닌 애플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었다. 가장 좋은 타이밍에 가장 적절한 양의 연료를 분사해 최고의 연비를 내는 '미래 차'를 만드는 것은 차량의 각종 정보를 취합해 순간적으로 연료 분사량과 시간을 결정하는 소프트웨어에 달렸다. 항공기, 선박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인력 수급의 부조화가 아주 심각하다. 소프트웨어 수요는 향후 지속적으로 늘게 되는데도 국내에 관련 인력과 기업은 태부족이다. 흔히 얘기하는 전국 PC방 1만6000개에서 각 30명씩, '놀고 있는' 사람들만 산업 현장으로 끌어내도 50만명이다. 소프트웨어 산업 활성화가 청년 실업 해소에도 도움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