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취재 인사이드] 지구 귀환 못하는 火星정착 우주인 모습을 TV리얼리티쇼로 중계한다는데
혹시 영화 ‘트루먼 쇼(The Truman Show)’를 아십니까? 이 영화의 주인공인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 분)는 보험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그런데 그의 삶은 ‘트루먼 쇼’라는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낱낱이 전 세계에 중계됩니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배우이며, 그가 사는 세상도 거대한 세트장입니다. 전 세계가 그를 TV로 지켜보고 있지만, 정작 그는 그 사실을 모릅니다.
사람들이 지구에서 출발해 화성(火星)에 도착해 정착하는 전 과정을 리얼리티 쇼로 생생하게 보여주는 ‘화성판(版) 트루먼 쇼’가 조만간 탄생합니다. 영화와의 차이가 있다면 주인공이 자신의 삶이 TV로 중계된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네덜란드 기업가 바스 란스도르프(Bas Lansdorp)는 2023년까지 화성에 우주인을 보내는 ‘마스 원(Mars One)’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는 처음에 4명의 우주인을 보내고, 2년마다 다시 4명을 추가로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60억달러(약 6조6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경비는 전 세계 TV 중계권 판매로 충당하겠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TV 중계의 주인공은 화성 최초의 우주인들입니다. 또 다른 큰 차이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이 우주인들이 지구로 돌아오는 계획이 없다는 겁니다. 아직은 기술적으로 화성에 도착했다가 안전하게 지구로 되돌아올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2주 만에 전 세계 7만 8000여명이 응모, 화성행 우주인 위한 우주복 제작도 시작해
쉽게 말하자면 화성으로 가는 우주인에 선발된 사람은 영화 속의 ‘트루먼’처럼 리얼리티 TV 방송에 자신의 남은 인생을 모두 바쳐야 하는 셈입니다.
누가 지구로 돌아올 수 없는 화성행 편도(one way) 티켓을, 그것도 전 지구인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TV로 지켜보는 일을 원하겠느냐고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정작 란스도르프는 확신에 차있습니다.
- 화성 거주지 상상도/Mars One 제공
‘마스 원’ 프로젝트는 이미 화성행 우주인을 위한 우주복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우주선은 미국 스페이스X사의 드래건 우주선을 사용할 계획입니다. 드래건 우주선은 우주왕복선의 퇴역 후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싣고 오가는 유일한 미국 우주선입니다.
‘마스 원’ 프로젝트는 무인(無人) 화물선인 드래건 우주선을 유인(有人) 우주선으로 개조해 화성행 우주인을 태울 계획입니다.
올해 안으로 우주인 선발 과정도 진행됩니다. ‘마스 원’ 프로젝트는 올 8월 31일까지 지원자를 모집하고 전 세계 300개 지역에서 1차로 50~100명씩 추려낸다는 방침입니다. 이후 네 차례 선발과정을 거쳐 28~40명을 선발해 7년간 우주인 훈련을 시킬 예정입니다.
첫 화성 이주민 4명은 요즘 유행하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처럼 시청자가 결정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란스도르프는 “1000년이 지난 후에도 ‘화성의 닐 암스트롱’(최초의 달 착륙 우주인)으로 전해질 수 있는 사람을 결정하는 매우 중대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화성 TV 방송에서는 어떤 장면이 나올까요. 올해 초 발표된 논문이 그 단서를 줄 수 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35년쯤 이뤄질 유인(有人) 화성 탐사에서 화성을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대략 520일 정도로 추산했습니다.
유럽우주기구(ESA)와 러시아, 중국은 이 정도 장기간 우주여행이 우주인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본 실험 결과를 올 1월 발표했는데, 국제공동연구진은 2009년부터 우주선을 본뜬 밀폐공간에서 가상의 화성 우주비행사들을 생활하게 한 ‘화성500(Mars500)’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 화성 거주지 상상도/Mars One 제공
올 1월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연구진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주비행사들은 처음엔 의욕이 넘쳤지만, 곧 눈에 띄게 움직임이 둔해졌습니다. 임무 마지막에는 대부분 시간을 비디오 게임이나 독서·영화 감상 등으로 보냈습니다.
수면 형태도 바뀌었습니다.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우주인 중 3명은 처음 우주선 모형에 들어갔을 때보다 평균 한 시간을 더 잤습니다. 만성적인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수면장애를 해결할 방법은 조명을 바꾸는 것입니다. 우주선에서는 늘 인공조명 아래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보통 형광등을 쓰는데 가시광선 중 주로 녹색과 황색 파장대의 빛을 냅니다.
화성으로 가는 ‘현실 속 우주선 탑승 1세대’, 사랑과 화합의 理想 사회 보여줄까?
연구진은 우주인에게 가능한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청색 파장대 빛을 추가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동틀 무렵 햇빛에는 청색 파장의 빛이 많습니다. 파란빛은 잠에서 깨어나라고 뇌에 보내는 신호가 됩니다.
화성에 도착하고 나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 단서는 1991년 미국 애리조나 투손 사막에서 벌어진 ‘바이오스피어(Biosphere 2)’ 실험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벤처기업들은 서울시청 앞 광장 크기의 유리 온실에 전 세계 3800종의 동식물을 넣고 그 안에서 인류가 자급자족하며 살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화성 환경에 비하면 오히려 더 나은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화성 거주지 상상도/Mars One 제공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곧 산소와 이산화탄소 균형이 깨졌습니다. 농사가 잘되지 않아 사람들은 늘 허기에 시달렸습니다. 삶에 지친 사람들은 둘로 갈라져 원수가 됐습니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에는 전 세계에서 선발된 14만여명의 인간을 태운 우주선이 1000년 동안 우주공간을 가로지르면서 인류의 새 터전을 찾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주선 탑승 1세대는 나름대로 이상(理想) 사회를 구현했지만, 세대가 거듭될수록 처음 가졌던 이상은 기억에서 사라지고 지구에서처럼 분열과 전쟁이 이어졌습니다.
최종적으로 새로운 터전에 도착한 것은 남녀 단 두 명뿐이었습니다. 그나마 남성의 이기심에 한 명뿐인 여성마저 목숨을 잃습니다.
만약 파피용의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진다면 1000년간 이어지는 인기 리얼리티 TV 쇼가 될 것입니다. 밀폐된 우주선이니 카메라가 놓칠 장면도 없을 것입니다.
지구의 축소판인 우주선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때로는 로맨틱 드라마로, 때로는 액션 드라마로 인기를 모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오랜 여행의 결과가 비극으로 치닫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얼마나 힘들까요.
어쩌면 우리는 딱 10년 뒤 소설 파피용처럼 기대와 달리 하루하루를 힘들어하는 화성 우주인을 TV로 고통스럽게 지켜봐야 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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