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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진단하는 지능적 의료기기…산업인터넷 통해 가능해지다 (조선일보 2014.10.05 10:14)

수퍼보이 2015. 4. 10. 21:25

스스로를 진단하는 지능적 의료기기…산업인터넷 통해 가능해지다

 

A병원은 지난 겨울 환자를 진단할 때 사용되는 자기공명영상(MRI) 기기가 고장 나는 통에 골머리를 앓았다. 환자 예약이 빽빽하게 차 있는 건강검진 시즌에 장비 고장은 큰 경제적 손실을 의미할 뿐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피해를 주기 때문. 결국 의료기기를 손볼 전문 엔지니어가 병원까지 직접 와서 장비를 진단하고, 필요한 부품을 주문해 고치는 데 수일이 걸렸다. 진료가 예정되어 있던 환자들은 검진을 미루는 등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병원도 늘어난 예약 취소로 큰 손실을 봤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경험을 한 B병원의 사정은 완전히 달랐다. 어느 날 의료기기서비스 엔지니어로부터 24시간 실행되는 원격 모니터링 중 에러가 발견되었다며 연락이 왔다. 의료진이 기기 고장을 알아채기도 전이었다. 엔지니어는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도 즉시 인터넷으로 장비에 접근해 문제점을 찾아냈고, 원격으로 3시간만에 원상복구가 가능했다. 빠른 문제 해결 덕분에 환자들도 큰 불편 없이 제때에 검진을 받을 수 있었고, 병원 입장에서도 시간적, 비용적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위 두 사례는 '산업인터넷(Industrial internet)'이 의료서비스를 어떻게 차별화시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산업인터넷'은 소프트웨어, 센서, 그리고 데이터를 통해 기계들을 연결시키는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기계에 내장된 고도화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람과 기계, 기계와 기계가 연결, 소통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있는 산업인터넷은 오늘날 철도, 항공, 항만, 발전소 등 방대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어 일대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GE헬스케어의 병원운용관리(HOM) 솔루션은 헬스케어 산업인터넷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이 솔루션을 통해 병원운용관리에 혁신을 기하면 궁극적으로 병원 시설 비용의 15~30%를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료 종사자들은 매 회진 당 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 설비들의 생산성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뿐 아니라, 15~20%의 환자를 더 많이 수용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산업인터넷을 통한 이러한 변혁은 오랜 시간 헬스케어 공급 시스템에 만연해 있던 비효율성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기기를 점검하고 있는 GE헬스케어 엔지니어. 환자를 진단하는 의료기기가 스스로를 검진할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의료기기를 점검하고 있는 GE헬스케어 엔지니어. 환자를 진단하는 의료기기가 스스로를 검진할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 출처=GE헬스케어

◆'빅 데이터' 통해 입원 환자 수 정확히 예측해

산업인터넷의 적용으로 병원 효율성의 획기적 개선을 이룬 실례는 GE헬스케어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설립한 헬스케어 IT 전문 합작투자회사 '캐러다임(Caradigm)'을 통해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응급실과 병실의 환자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디지털 시스템 '오토베드(AutoBed)'를 개발했다. 과거에 병원을 방문한 누적 환자 수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병원에 필요한 병상의 수를 정확히 예측하도록 도와주는 이 헬스케어 IT 솔루션은 병원의 한가한 시기와 바쁜 시기를 사전에 예측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병원은 자원 절약을 통해 비용 절감을, 환자 입장에서는 긴 대기시간 없이 치료를 받고 신속히 입원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의료관련 감염 문제도 빅 데이터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매해 병원 등의 의료기관에서 새로운 질병에 감염되는 환자가 170만 명에 달하며, 그 중 10만 명은 사망에 이른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35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GE헬스케어 연구진은 실시간 위치 인식 시스템(Real Time Location System, RTLS) 기술을 활용한 애자일트랙(AgileTrac) 솔루션을 개발해 이러한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여가고 있다.

의료관련 감염 예방의 기본은 의료진이 환자와 대면하기 전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다. 애자일트랙을 도입하면 모든 의료진이 병실 출입 현황 및 손 세정제 및 소독제 사용 여부를 자동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병실 출입 시 알림음을 통해 손 세정의 필요성을 알리는 센서를 착용하게 된다. 이 센서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 베이스를 활용, 개인, 기간별 분석자료를 만들 수 있으며, 이는 의료진이 더욱 효과적으로 위생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 병원 내 감염의 근본적 예방책이 되고 있다.

◆수리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부상하는 '서비스 2.0' 패러다임

병원에서의 기계 결함은 곧 환자의 안전과 직결된다. 가까운 미래에 의사가 아닌 로봇이 수술 집도의 주체가 될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기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기계 결함이 발생할 경우에 이에 따른 위험도 클 수밖에 없다. 이에 의료기기 자체의 성능만큼이나 의료기기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보장하는 유지보수 및 관리 시스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 장비의 유지관리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산업인터넷의 역할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에 GE헬스케어는 의료기기를 산업인터넷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2.0'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했는데, 과거에는 고객이 서비스를 요청하면 현장에 엔지니어를 파견하여 문제를 확인, 해결했지만, 이제는 원격 온라인 플랫폼에 기반한 '서비스 2.0'을 통해, 원격으로 문제를 사전 진단, 확인하고 온라인 상으로 수리하거나 필요할 경우 엔지니어가 현장에 파견하는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서비스 2.0' 하에서는 의료기기의 연결을 통해 원격으로 전문 엔지니어들이 지속적으로 장비와 커뮤니케이션해 '엔지니어링 빅데이터'를 구축하며, 기계의 결함 발견과 해결방안을 공유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한다. 한국에 상주하고 있는 엔지니어뿐 아니라 글로벌 서비스 조직이 전 세계적으로 축적된 GE 장비 서비스 이력 데이터 베이스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활발히 교류하여 유기적인 협업과 지원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점검한 데이터는 공유해 기계 결함과 해결방안에 대한 전 세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능동적으로 수렴하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는 의료진들 간의 원격 진료와 흡사한 메커니즘이다. 예를 들어, 스웨덴 지방 병원의 의사들은 GE시스템이 지원하는 원격 진료 시스템을 활용해 중심 병원의 전문가들과 X-레이 사진과 같은 환자 정보와 진단 자료를 빠르게 공유, 불필요한 중복 검사를 줄이고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내고 있다. 이와 유사한 기술은 헬스케어 뿐 아니라 제트 엔진, 기관차 모니터링 영역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의료기기 부품의 3D 설계 도면.
의료기기 부품의 3D 설계 도면. / 출처=GE헬스케어

◆환자 진단하는 의료기기, 스스로를 검진하도록 진화해

산업인터넷 기반의 원격 디지털 서비스의 핵심은 예측과 예방에 있다. 장비가 고장 난 이후에 무엇을 고쳐야 할지 진단하고 알려주는 기존 방식은 비교적 단순하고 쉬우나 비용적인 손실이 크다. GE는 의료기기가 환자 진단을 뛰어넘어 이젠 스스로를 진단하고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는 예방하며,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는 수리시간을 단축시켜 장비가 작동 불가능한 시간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장비의 가동상태 및 고장유무에 대해 하루 24시간 모니터링을 수행하는 GE헬스케어의 '온워치(On-Watch)' 원격 디지털 서비스가 그 일례다. 이는 실시간으로 장비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면서 매일 시스템을 주기적으로 체크, 장비의 고장 및 시스템 에러를 분석하므로 고장이 나기 전에 수리를 가능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장비가동률을 극대화해 병원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장비고장에 따른 기회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일반적인 서비스 대비 평균적으로 2배 빠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GE는 이렇게 인터넷으로 연결된 기기에 장착된 수많은 센서가 데이터를 모아 클라우드에 전송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네트워크를 '생각하는 기계(Intelligent Machines)'라고 정의한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이를 통해 큰 비용을 요구하는 결함이 발생하기 전 미리 보수해야 할 부분을 알아내 병원 장비 운용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환자관리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GE헬스케어 존 디닌 사장은 "미래의 헬스케어 산업에서는 다른 산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예측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직까지 헬스케어 산업에 있어서 산업인터넷은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초기 단계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만큼 앞으로 빠른 속도로 발전할 여지가 크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주요한 근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