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캐스트, 구글의 신기술이 삼성·LG·애플을 위협하다 (시사 + α 2013/07/26 09:39)
크롬캐스트, 구글의 신기술이 삼성·LG·애플을 위협하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구글의 크롬캐스트, cheap and easy로 세계의 거실을 점령하나?
구글은 역시 애플의 맞수였고, LG나 삼성의 스마트TV에도 무척 위협적인 존재였다. Google은 현지시간 25일에 태블릿PC 신제품 '넥서스 7(Nexus 7) 2세대'와 최신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4.3(젤리빈)', 그리고 대망의 홈 엔터테인먼트 비밀병기 '크롬캐스트(Chromecast)'를 발표했다. '차세대 넥서스7'이나 'Android 4.3'은 이미 예상된 부분이었던 반면, 거의 깜짝 발표에 가까웠던 크롬캐스트는 그 구체적인 내용이 모두를 놀라게 했고, 아마 앞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킬 걸로 보인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서는 누구나 값싸고 쉽게 각종 스마트 기기와 텔레비전을 연결할 수 있는 Chromecast에 대해 좀 살펴보려고 한다.
도대체 크롬캐스트가 뭔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dongle(동글)'의 개념부터 알아야 할 듯싶다. 동글은 쉽게 말해서 (컴퓨터, 디지털TV 같은) 큰 하드웨어에 연결하는 작은 크기의 하드웨어(주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USB 메모리 형태)를 말한다. 그래서 dongle은 이것을 꽂을 수 있는 구멍(입력단자)만 컴퓨터나 디지털TV에 달려 있다면, 원래 본체가 갖고 있지 않은 기능, 예를 들면 블루투스(Bluetooth) 같은 근거리 무선통신도 가능하게 해주는 일종의 '액세서리'다. 한마디로, 특정 옵션을 본체의 한 기능으로 더해주는 장치인 셈이다.
동글은 그 기능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으며, 휴대가 간편한 작은 크기와 손쉬운 사용법, 기기 자체를 바꾸지 않고도 (포트만 있다면) 어떤 본체에서나 신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 때문에 예전부터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구글 크롬캐스트도 이런 동글 방식의 장치이며, 크기는 겨우 5cm(2인치) 정도에 가격도 단 4만원(35달러)이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약간 큰 USB 형태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일반인의 입장에서 과연 크롬캐스트가 어떤 특징을 갖고 있길래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는지를 지금부터 하나씩 찬찬히 정리해 보도록 하자.
[이미지 출처: 구글 chrome 홈페이지]
1. 텔레비전에 HDMI 단자만 있다면 OK~
현재 자기 집에 있는 텔레비전에 혹시 HDMI(High Definition Multimedia Interface, 고선명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 단자가 있는가? 요즘 나오는 거의 모든 컴퓨터 모니터에는 달려있을 테고, 엘지나 삼성이 생산하는 디지털TV에도 당연히 있다. HDMI 자체를 설명하면 복잡해지니까, 그냥 말 그대로 선명한 화질의 동영상이나 사진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입력단자라고만 알아두고 넘어가자. 아무튼 USB포트가 거의 모든 컴퓨터에 달려 있듯이, 최근에 산 거의 모든 디스플레이 장치(텔레비전, 모니터)에는 이 구멍이 다 달려 있다.
아래 이미지에서 보듯이, 크롬캐스트를 여기에다 꽂기만 하면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4만원이고 5cm다(물론 Chromecast 뒷부분에 마이크로 USB 전원을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USB 메모리처럼 아무것도 없이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포함된 어답터나 TV의 USB 포트로 전원을 연결해야 한다). 이렇게 구글 크롬캐스트는 정말 싸고, 공간을 거의 차지하지 않는다. 지금 거실 텔레비전에 HDMI 단자만 있으면 된다. 일단 기본적으로 텔레비전의 HDMI 구멍에 크롬캐스트를 꽂으면, 설치 과정 중에서 반은 벌써 끝난 셈이다.
[이미지 출처: 유튜브 Google Chrome 채널 홍보 동영상 캡처]
2.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한다
Google 크롬캐스트는 안드로이드 폰이나 태블릿 (2.3이상), iOS 기기 (6.0이상), 그리고 크롬이 탑재된 맥 (Mac OS 10.7이상), 윈도우(Windows 7이상) 등을 모두 지원한다. 웬만한 스마트폰은 다 되고(LG와 삼성이 만든 최신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아이폰도 가능), 태블릿PC(아이패드, 갤럭시, 넥서스 등등)는 물론 노트북도 다 크롬캐스트에 연결할 수 있다. 요즘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 중에 단 한 개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가정이 있는가? 아마 가족 중에 누군가는, 그리고 최소한 한 개 이상은 대부분의 가정이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Wi-Fi 연결은 필요하다. 크롬캐스트와 스마트 기기가 와이파이로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집안에 무선인터넷 공유기를 설치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굳이 Chromecast가 아니더라도 와이파이 연결은 앞으로 더 필수적인 게 될 테니 이건 별로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얼마 전부터 대부분의 프린터도 무선랜을 통한 출력을 지원하고, 디지털카메라도 와이파이를 지원하고 있지 않은가? 현재 인터넷 연결이 안 되어 있는 집이 거의 없듯이, 이젠 Wi-Fi도 모든 집안의 기본적인 설치 항목이 되는 셈이다.
[Google Chromecast 홍보 이미지]
3. 특별히 따로 배울 필요가 없다
가족 구성원 각자의 스마트 기기와 거실의 텔레비전에 꽂힌 크롬캐스트, 그리고 무선랜 연결. 그러면 준비가 다 끝났다. 새로운 제어 방식이나 복잡한 설치 과정은 전혀 필요 없다. 그저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과 구글 크롬캐스트를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각종 스마트 기기가 지금부터 리모콘이고, 크롬캐스트가 꽂혀 있는 텔레비전이 바로 대형화면이다. 스마트폰으로 보던 유튜브 동영상을 그대로 TV를 통해 볼 수 있고, 태블릿PC로 보던 사진들을 텔레비전으로 크게 보며, 노트북의 좁은 화면 대신 텔레비전의 넓은 화면으로 인터넷 검색 결과를 볼 수 있다.
게다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 유튜브 동영상을 크롬캐스트를 통해 텔레비전으로 보면서 스마트폰으로 문자도 보낼 수 있고, TV화면에 자기가 좋아하는 사진을 띄워 놓은 채 태블릿PC로 전자책을 읽을 수도 있으며, 크롬 브라우저의 인터넷 검색 결과를 크롬캐스트로 보낸 후 노트북으로는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동영상과 사진이 가능하니까 당연히 텔레비전 스피커를 통해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도 들을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스마트TV'라는 존재가 떠오를 것이다. 요즘 엘지와 삼성이 있는 힘을 다해 주력으로 키우고 있는 스마트TV,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
4. 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TV'의 강력한 경쟁자
일반인들이 스마트TV에 대해 자주 하는 말, "검색 하나 편하게 못하면서 무슨 스마트TV냐?" 아무리 많은 개선이 있었다 한들, 스마트TV는 아직도 별로 스마트하지 못하다. 그런데, 스마트TV는 꽤 비싸다. 지금 수준에서는 별로 필요한 것 같지도 않은데 별의별 이상한 기능들만 많고 그래서 복잡하기만 한 스마트TV, 화면이 크고 화질도 좋은 걸 사려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진정한 의미의 '홈 엔터테인먼트'가 완전히 구현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욕구를 개인 컴퓨터로 채울 수 있는 현상태에서, 사실 거실의 텔레비전은 보고 싶은 걸 그냥 쉽게 볼 수 있으면 족하다. 하지만 스마트TV는 절대 쉽지도 않고, 쓸데없이 비싸기만 하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cheap and easy.. 그렇다면, 구글 크롬캐스트! 4만원 짜리 크롬캐스트만 있으면, 일반 TV보다 몇십 만 원 더 비싼 스마트TV는 별로 필요 없지 않을까? 남는 돈으로 좀 더 화면이 크고, 화질도 좋으며, 사운드가 더 뛰어난 일반 텔레비전을 사는 게 더 낫지 않나? 솔직히, 불편한 스마트TV보다 가족 구성원이 각자 익숙한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이 훨씬 더 스마트하다. Chromecast만 잘 이용할 수 있다면, 단순하면서도 디스플레이 기능에 충실한 텔레비전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 아닐까? 요즘 인터넷으로 볼 수 없는 콘텐츠는 거의 없지 않나? 물론 화질과 음향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어차피 고선명 멀티미디어는 대세이고 앞으로도 계속 향상될 것이다. 자유도가 높으며 가격도 싸고 사용방법도 쉬운 크롬캐스트 VS 제한사항이 많으며 가격도 비싸고 사용방법도 복잡한 스마트TV, 결론은 이미 나와 있는 것 아닐까..
애플, LG, 삼성을 위협하는 구글의 크롬캐스트
애플은 몇 년 전부터 거실의 TV를 장악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현재까지는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하기가 좀 어렵지만, 크롬캐스트보다 더 다양한 콘텐츠(예를 들면, 게임) 이용을 위한 '구글TV'를 Google도 개발하고 있듯이, '애플TV'와 관련된 기술개발 역시 향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구글이 크롬캐스트를 통해 스티브 잡스가 떠난 애플보다 먼저 선수를 쳤지만, 애플은 여전히 건재하고, 구글과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나 여타 셋톱박스 경쟁사들과 함께 거실의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하는 미래의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다. 구글이 Chromecast를 통해 선전포고를 하는 동시에 한 발 먼저 달려나갔지만, 어쨌든 거실의 TV를 장악하기 위한 뜨거운 전쟁은 이제 본격적인 시작 단계에 접어들었다.
자 그럼, LG와 삼성 같은 스마트TV 제조사들은 어떨까? 사실 구글의 이번 크롬캐스트 발표로 제일 큰 위협을 느낀 이들이 바로 스마트TV 제조사들이 아닐까 싶다. 단돈 4만 원으로 누구나 쉽게 일반 텔레비전을 마치 스마트TV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엘지나 삼성의 스마트TV처럼 복잡하거나 비싸지도 않다. 스마트TV가 정말 스마트했다면 '구글TV'나 '애플TV'가 제대로 나오기 전까지는 어쩌면 괜찮았을지도 모르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별로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단지 Chromecast만으로도 큰 위협이 되는 것이다. 물론 아직 한국에는 크롬캐스트가 판매되지 않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벌써 판매가 개시됐으므로, 스마트TV가 짧은 시간 안에 특별히 장족의 발전을 하지 않는 한 LG나 삼성은 적어도 현재의 스마트TV로는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큰 재미를 못 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 셈이다.
구글의 크롬캐스트가 과연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둘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당장 미국에서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걸 보면 일단 기선제압에는 성공한 것 같다. 단순한 두 가지 장점 cheap and easy만으로도 무척 매력적이고, 한국에서는 아마존의 킨들처럼 모든 서비스를 다 이용할 수는 없을 테지만, 미국 내에서는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각종 서비스와 프로모션이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유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잠깐 언급한 (복잡하고 비싼 스마트TV와는 많이 다른) 단순하면서도 디스플레이 기능에 충실한, 화면이 크고 화질이나 음질도 괜찮지만 값은 싼 일반 텔레비전이 새로이 각광 받는 시기가 곧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세계 TV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엘지나 삼성이 스마트TV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다른 제조사들이 크롬캐스트에 안성맞춤인 텔레비전을 내놓을 가능성은 꽤 있지 않나? 크롬캐스트가 한국에 판매되기 시작할 즈음엔 그런 TV도 함께 구입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