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꼭 필요한 생활의 지혜

오픈마켓·인터넷서점 과다 할인에 출판계 반발 (한국일보 2010/11/16 21:32:31)

오픈마켓·인터넷서점 과다 할인에 출판계 반발

깎고 또 깎고
할인+마일리지+멤버십… 신간까지 반값 이하에 팔아 뿔 난 출판계

"책값에 대한 신뢰 떨어뜨려 곧 입장정리해 대응책 발표"
일부 오픈마켓인터넷서점이 책값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이른바 '반값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여 출판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책의 정상 판매체계를 흔들어 출판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내 대표적 출판단체인 한국출판인회의는 곧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대응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책을 너무 싸게 파는 곳에는 책을 공급하지 말자는 강경론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적다. 저가 공세를 펼치는
유통업체들은 교묘하게 법을 피하고 있다. 예컨대 지속적인 과다 할인은 불법이지만, 일시적으로 하면 합법이다. '오늘 하루만 특가' '금주 특가' 등 이벤트가 그런 것들이다.

저가 공세를 주도하는 것은 11번가, G마켓 등 오픈마켓(소비자와 소규모 판매자가 온라인에서 직접 거래하는 일종의 중개 시장)이다. 11번가는 신간
베스트셀러를 포함해 모든 책을 이달 말까지 최대 반값에 팔고 있다. 이에 따라 신간 베스트셀러인 <정의란 무엇인가>는 정가 1만5,000원이 8,500원에, 조정래 소설 <허수아비춤>은 정가 1만2,000원이 5,800원에,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은 정가 1만1,000원이 반값이 안 되는 4,950원에 팔리고 있다.

현행 도서정가제에 따르면 신간(출간 후 18개월 미만 도서)은
온라인서점에 한해 정가의 10% 할인에 할인가의 10%까지 마일리지 제공 등 경품을 줄 수 있게 돼 있다. 11번가의 반값 행사는 정상 할인 10% 외에 SK텔레콤의 T멤버십 고객에게 50%(최대 5,000원)를 추가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멤버십 포인트를 사용하는 것이므로 엄밀히 말해 할인도 아니고 불법도 아니지만, 소비자를 끌어들이기엔 딱이다. 책을 이렇게 싸게 파는 것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역마진까지 감수하기 때문이다. 해당 출판사들은 이들 업체에 정상 공급가로 책을 줬다고 말한다
구간은 반값 이하로도 팔리고 있다. G마켓과 지난 9월 대교에 인수된 온라인서점 리브로는 최근 구간을 50~70% 할인 판매했다. 구간 할인율은 통상 30~50%다. 리브로는 구간을 최대 70%까지 할인했다가 출판계가 거세게 항의하자 중단했다.

오픈마켓의 저가 공세에 4대 온라인서점인 인터넷교보,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은 공동으로 반격하기도 했다. G마켓에서 더 싸게 책을 파는 출판사 두 곳에 할인율 0%를 적용했다가 해당 출판사가 이를 바로잡자
해제했다. 이 소동을 지켜본 출판계의 눈길은 차갑다. 온라인서점들도 정상 할인 외에 경품, 적립 등으로 편법 할인을 해온 마당에, 오픈마켓을 겨냥해 출판사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 평소 서로 으르렁대다가 오픈마켓의 급성장에 위협을 느끼자 담합을 한 것도 우습다는 지적이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도 내년에 오픈마켓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기존 온라인서점과 오픈마켓의 할인 경쟁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출판사들은 출판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고 있다. 조재은(양철북 대표)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위원장은 "지나친 할인은 책값에 대한 독자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며 "이런 식이면 누가 신간을 사겠는가. 조금 기다리면 반값이 되는데"라고 말했다. 독자들이 신간을 찾지 않으면, 출판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나중에는 읽을 만한 새 책을 구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